"꺼져가는 어린 생명 살리자" 중-대만 긴장 녹인 수송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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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생후 7개월 된 어린 생명을 구하기 위해 중국.대만 의료진, 구호요원 100여명이 20시간 동안 힘을 합했다. 홍콩의 중국계 신문인 문회보(文匯報)는 13일 이 같은 사실과 함께 양안 관계가 모처럼 따뜻해졌다고 전했다.

천위안(陳喩安.여)은 지난 5월 상하이(上海)에서 대만 사업가와 중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산 예정일보다 3개월 일찍 나온 미숙아라 몸무게가 900g에 불과했다. 폐와 호흡기의 발육도 부진해 기관지 폐렴 등으로 줄곧 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이다. 지금까지 치료비만 30만위안(약 4200만원)을 썼다. 때문에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는 대만으로 데려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교통편이었다. 중국과 대만 간의 직항로가 없다. 천위안이 항공기.차량을 몇 차례나 갈아타는 걸 견딜지도 의문이었다. 천위안의 아버지는 지난 10월 'SOS 국제구호센터'상하이 사무소에 딸을 고향으로 데려갈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제구호센터의 요청을 받은 중.대만 관계 당국은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 중인 중국 남부 샤먼(廈門)과 대만의 진먼(金門) 섬 사이에 해로를 열어줬다. 천위안은 상하이에서 앰뷸런스와 비행기를 여러 차례 갈아타고 샤먼에 도착했다. 그리고 선박에 실려 진먼 섬으로 들어갔다. 대만 측은 천위안을 헬리콥터에 태워 타이중(臺中)의 룽민(榮民)종합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천위안의 아버지는 "딸은 평온한 상태"라면서 "중.대만 간에 중환자를 후송하는 새로운 협력시대가 열렸다"며 감격해 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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