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가뭄'여전 답답한 히딩크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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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홍명보는 거스 히딩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딜레마였다. 수비라인에 안정감을 주는 듯했지만 경기의 템포가 느려지면서 그간 한국의 장점이었던 빠른 공수전환과 미드필더부터의 압박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3일(한국시간)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엘만자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시종 경기를 리드하긴 했으나 끝내 시원한 골이 터지지 않아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로써 한국은 올 들어 치른 7차례의 A매치에서 1승2무4패를 기록했다.

히딩크 감독은 전반 홍명보를 중앙수비수로 배치하고, 이동국·안정환을 투톱, 송종국을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하는 3-4-1-2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지난달 우루과이 평가전에 플레이메이커로 출전해 선전한 송종국에 대한 히딩크 감독의 기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패스가 홍명보에게 몰린데다 골키퍼에 대한 잦은 백패스가 나오면서 공격의 흐름이 자주 단절됐다. 게다가 수비라인에서 공격라인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경기 운영으로 미드필더들이 경기에서 소외됐다.

한국은 전반 36분 튀니지의 오른쪽 사이드를 파고들던 최성용의 패스를 이어받은 안정환이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에서 강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튀니지 골키퍼 브자위에게 막혔다. 이 슈팅이 전반 8분 안정환이 어이없이 공중으로 날려버린 프리킥 슈팅과 함께 전반 45분간 한국이 기록한 슈팅의 전부였다.

튀니지는 스트라이커 자지리를 앞세워 한국 골문을 노려봤지만 한발 빨리 막아선 한국 수비라인에 막혀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후반 들어 히딩크 감독은 이동국 대신 차두리를 투입한데 이어 홍명보마저 이천수로 교체해 느려진 한국의 경기운영에 가속도를 붙였다. 송종국을 홍명보 자리에 배치하고 이천수와 안정환을 좌우 날개로 세우자 공격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후반 11분 미드필더에서 한번에 연결된 공중패스를 이어받은 차두리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지만 골키퍼 다리 사이로 날린 땅볼 슈팅이 왼쪽 골포스트를 빗나갔다. 14분에는 안정환의 왼발 롱 슈팅이 상대 선수에 맞고 골문으로 향했으나 골키퍼 브자위의 선방으로 좋은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골 가뭄에 시달렸던 한국은 비록 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새로 가세한 안정환의 날카로운 슈팅이 여러차례 나왔고, 원정경기에서 한국보다 상위 랭커인 튀니지를 압도했다는 것이 그나마 성과였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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