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 사업장 '해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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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이수건설 박창호(朴昌浩·49·사진) 사장은 문제 사업장의 '치료사'로 통한다. 부도·민원 등에 얽혀 오랫동안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을 잇따라 인수해 분양에 성공하고 있다. 서울 잠원동·돈암동 이수 아파트가 대표 사례다. 10여년 동안 방치돼온 '골치 아픈'사업장이었다.

지난 9일에는 일산 신도시 청구오디세이 오피스텔 시공권을 따냈다. 이곳은 시공업체 부도 이후 4년 남짓 공사가 중단돼 계약자들이 큰 피해를 봤던 곳이다.

주변에서 "손해 보면 어쩌려고 그런 사업장을 떠안느냐"고 말하면 그는 "기존 계약자들과 회사 모두에 이익이 돌아가도록 할 테니 걱정 말라"고 받아 넘긴다.

건설회사에서만 26년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처럼 도전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틈날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변화의 선구자가 되자"고 강조한다. 주택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지 3년밖에 안되는 이수건설이 쟁쟁한 업체들이 참여한 수주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이런 패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직원들에게 야전 사령관으로 불린다. 재건축 수주를 앞두면 밤낮 없이 현장을 찾는다.

아이디어도 직원보다 먼저 낸다. 비서실 옆에 마련한 고객 상담창구가 그의 아이디어 산실이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다.

분양에 앞서 직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라는 것. "평면·마감재·단지배치·조경·주차장 등을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죠. 특히 성냥갑 같은 판상형 아파트는 되도록 짓지 않을 겁니다."

이를 위해 주택 분야 연구·개발에 5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택기술연구소를 만든 것도 이런 맥락이다. 1976년에 설립된 이수건설은 그간 토목·플랜트·설비분야에 주력하다 3년 전에 주택사업에 뛰어들었다. 올해 지난해보다 세배 많은 4천2백5가구의 아파트를 분양,4천4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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