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시행령…출자총액 제한 후속대책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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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내년 4월부터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 지분의 일정량을 사거나 보유하고 있더라도 해당 지분에 대해선 무기한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제도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그룹)의 계열사는 순자산의 25%까지만 국내 다른 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인데, 중소.벤처기업 지분은 여기서 제외된다는 의미다.

중복.과잉 투자를 해소하기 위한 출자 등 구조조정과 관련된 출자에도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지금은 최대 5년간만 규제를 면제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벤처 기업 전체 지분의 30% 이상을 출자하면 규제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이처럼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예외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고칠 방침이라고 12일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들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해 내년 1월까지 시행령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실성이 없었던 신기술 관련 출자에 대한 예외규정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신기술을 이용해 만든 제품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기업에 출자할 때만 규제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신기술 제품의 매출 비중을 30%로 하향 조정한다.

특히 신기술이 개발된 첫해에는 관련 제품의 매출 비중을 아예 따지지 않는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당초 약속했던 10대 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출자와 기업도시 건설과 관련된 사회간접자본(SOC) 출자도 출자 규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출자 규제가 더 강해지는 부분도 있다. 지금까지는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분류된 업체에는 별다른 제약 없이 출자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단일 외국인 지분이 10% 이상인 기업에 대한 출자만 규제를 받지 않는다. 대신 기존에 예외로 분류됐던 출자를 해소하는 시한을 6개월~1년 줄 방침이다.

그룹이나 기업을 출자규제에서 통째로 제외하는 기준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의 틀에 따른다는 방침이다. ▶소액주주가 자신들이 선호하는 이사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서면투표제▶내부거래를 승인하는 위원회를 모두 도입한 기업은 규제에서 빠진다.

공정위는 또 총수 일가가 행사하는 영향력이 실제 소유지분의 두배 이하이거나 소유지분과 영향력 행사 지분 간의 차이가 20%포인트 이하인 그룹은 규제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진.신세계.현대중공업 등은 제외될 가능성이 있지만 삼성(8배).SK(16배).롯데(100배) 등이 몇년 내에 이 기준을 채우기는 사실상 어렵다.

한편 공정위는 불공정 행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신문 구독과 관련된 과다 경품뿐 아니라 불법 하도급 관련 신고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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