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를 100명으로 줄여보면… 20명은 영양실조,14명은 문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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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지구촌'이란 말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굶주린 아이들이나 내전과 에이즈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주민들에 대해 우린 과연 얼마나 가깝게 느끼며 살고 있을까. 앙증맞은 판형과 구성의 신간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은 그런 '이웃'들의 오늘과 미래를 함께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책이 나오게 된 과정도 "과연 지구촌 시대"임을 보여준다.

인터넷 통신망을 통해 떠도는 현실을 빗댄 이야기들을 인터넷 민화, 즉 네트로어라고 한다. 이 책은 바로 북미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번진 화제의 네트로어를 일본의 한 작가가 정리해 삽화와 함께 엮은 것이다. 한국출판사측은 책과 관련한 뒷얘기 등을 담아 홈페이지(www.100people.co.kr)도 열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한창 떠돌았다는 이 메일을 받아본 독자가 있는지.'세계마을(Global Village)'이라는 제목의 e-메일로 "세계의 인구를 1백명 밖에 안 사는 마을로 축소시키면…"하고 시작된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도넬라 메도스의 한 신문칼럼 내용에서 따온 것이란다. 무엇보다 단순화한 인구 통계들의 의미가 가슴에 와닿으며 불만에 싸여 살아가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희망을 전해준다.

"마을에 사는 사람 1백명 중 20명은 영양실조이고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이고 그러나 15명은 비만입니다. 마을 사람 중 1명은 대학교육을 받았고 2명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14명은 글도 읽지 못합니다."

"이 메일을 읽는다면 그 순간 당신의 행복은 두 배, 세 배로 커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에게는 당신을 생각해 이 메일을 보내준 누군가가 있을 뿐 아니라 글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지금 당신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도 되돌아보게 한다. "이 마을의 모든 부 중 6명이 59%를 가졌고 그들은 모두 미국 사람입니다. 74명이 39%를, 20명이 겨우 2%만 나눠가졌습니다."

그럼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루하루를 정성스레 살아가세요. 그리고 사랑할 때는 마음껏 사랑하세요."

더불어 사는 삶-. 비록 지금은 전쟁과 기아, 그리고 편견 등이 존재하지만 영역자가 덧붙였다는 마지막 문장처럼 "진정으로 나, 그리고 우리가 이 마을을 사랑해야 함을 알고 있다면 정말로 아직은 늦지 않았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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