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제 탈출구는 IT속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현재 북한에 불고 있는 정보기술(IT)열풍의 실체와 수준을 이해하는 것은 향후 대북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열쇠다."

지난해부터 북한에는 김정일의 지시로 교육과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컴퓨터 배우기와 활용 등 'IT 속도전'이 급격히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정보가 제한돼 북한 IT산업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남한의 IT업계가 북한에 진출해 경제교류를 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또 IT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술·사회적 기반이 조성돼 있지도 않은 북한에서 왜 갑작스럽게 붐이 일기 시작했는지 의문만 무성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출간된 신간 『김정일과 IT 혁명』은 북한 IT산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며 남한 IT기업의 대북 진출에 도움을 줄 지침서 역할을 한다. 이 책의 공동저자이자 북한문제를 취재하는 현직 신문기자이기도 한 고수석씨는 "IT는 현재 북한을 이해하는 키워드"라고 말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이 IT산업을 향후 국가경쟁력의 근간으로 선택한 이유가 지난 50여년간 중공업 우선정책으로 인한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점이다. IT분야가 전력소모가 적기 때문에 택했다는 얘기다. 한 나라 경제정책의 뼈대를 선택하는 근거가 한낱 전력난 때문일까라는 의문이 또 다시 일지만 그것이 현재 북한의 실상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IT 수준도 대단히 초보적일 수밖에 없다고 책은 설명한다. 실제 북한을 방문해 IT정책 담당자와 면담을 통해 '전력난과 IT산업의 관계'를 확인했다고 한다.

어쨌든 1990년대 들어 크게 위축되기 시작한 북한경제의 돌파구는 IT로 설정됐고, 그래서 IT는 남북 민간교류가 가장 용이한 분야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북한이 최대 역점을 둔 산업이기에 남북간 협력에 적극성을 띨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에서 IT배우기 열풍과 공장·기업소·은행·영화촬영 등 산업현장에서 컴퓨터가 실제 활용되는 수준을 설명하는 대목은 이 책에서 '북한 가이드'로 핵심에 해당한다. 황주 닭공장·상원시멘트 연합기업소·김만유 병원·조선예술영화촬영소·조선중앙은행 등 컴퓨터 기술이 활용되는 사례를 통해 북한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IT산업기술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배영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