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에 바치는 '노래의 꽃다발' 한국음악가 후원 앞장 日사업가… 14일 추모음악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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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지난해 11월 12일 도쿄(東京) 우에노(上野)에 있는 도쿄문화회관 소극장. 독창회를 끝낸 테너 이현(37)씨가 무대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서툰 일본어로 이렇게 말했다."그분의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한·일 음악교류의 숨은 가교 역할을 해온 고(故) 오키 고지(沖廣治). 그는 공연 이틀 전 서울을 다녀오던 길에 나리타 공항에서 곧장 연습실을 찾아 이씨를 격려했다. 귀가 후 잠이 들었고 영영 깨어나지 않았다.

물심양면으로 고인의 도움을 받아왔던 한국의 지인(知人)들이 조촐하게 추모음악회를 연다. 오는 14일 오후 7시30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741-7389.

고인이 생전에 즐겨 들었던 푸치니의 '아베 마리아', 고인의 위촉으로 초연된 백병동의 오페라 '사랑의 빛' 중 아리아, 강석희의 오페라 '초월'의 피날레 합창, 카탈라니의 '라 왈리' 중 '난 이제 멀리 떠나야 하리' 등을 들려준다.

소프라노 이규도·신지화·이은순·김수정, 테너 박성원·김영환·이현,베이스 오현명 등 출연진은 모두 생전에 고인과 음악적 교분을 쌓아왔다.

1928년 나고야(名古屋) 태생으로 도쿄대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오차노미즈에 있는 13평짜리 음식점으로 시작해 2백여개의 레스토랑 체인을 거느렸다. 샹송 가수 이베트 지로를 무척 좋아했던 그는 레스토랑 한켠에 라이브 무대를 마련하면서 음악인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 무대는 나중에 도쿄 실내가극장이라는 오페라단으로 발전했다.

73년부터'지로 오페라상'을 매년 시상하면서 소극장 오페라 운동을 지원했고 89년부터는 한국의 창작 오페라와 김순남 작곡의 가곡을 일본에 소개하는 데 앞장섰다. 소프라노 김수정, 테너 김영환·이현, 바리톤 고성현의 일본 데뷔를 주선했다. 재능 있는 한국 성악가가 눈에 띄면 무대 뒤로 가서 금일봉을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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