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 프로 직행 서둘면 선수 생명 짧아질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관동대 고재욱(51·사진)감독은 1990년대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던 감독이었다.

89년 안양 LG의 사령탑을 시작으로 2000년 울산 현대에서 물러날 때까지 12년간이나 프로무대를 지키며 안양과 울산을 한차례씩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프로 통산 최다승(1백59승) 감독이라는 영예도 얻었다. 그런 고감독이 아마추어팀 감독으로 제2의 지도자 인생을 걷고 있다.

관동대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으로 대통령배 축구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그를 효창구장에서 만났다.

-프로감독 출신의 아마추어 지도자는 고감독이 처음인데.

"지난해 9월부터 관동대를 맡고 있다. 당시 관동대는 여자팀은 존속시키되 남자팀은 해체한다는 방침이었다. 유병진 총장이 내가 오면 남자팀도 계속 유지하겠다고 해 응하게 됐다."

-1년여 공백기간이 있었는데.

"독일 레버쿠젠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는 등 공부를 했다. 좀 떨어진 곳에서 보니 축구가 새롭게 보였다."

-프로선수들을 지도할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프로선수들이야 자기 관리를 알아서 하니 전술적인 면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대학선수들은 기술과 인성 등 하나에서 열까지 다 가르쳐야 하니 부담감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내가 직접 공들인 선수들이 하나씩 성장해갈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최근 고교 유망주 중에는 프로로 직접 가는 선수들이 많은데.

"고종수나 이동국처럼 대어급 선수들이야 프로에 가서도 경기에 나설 수 있으니 상관없지만 보통 선수들은 오히려 프로에서 실전 경험을 쌓지 못해 선수 생명이 짧아질 수 있다. 욕심내지 말고 대학에서 좀더 실력을 키운 뒤 프로로 가도록 권하고 싶다."

-요즘 '히딩크호'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글쎄, 아직 평가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는데‥. 좀더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 평가전은 그저 훈련의 하나일 뿐이다."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