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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내 손 안에서만 …” VS “모두와 손잡겠다” 구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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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호 24면

“북한같이 폐쇄적인 땅에서 살고 싶지 않다”
루빈은 안드로이드사의 창업자다. 2005년 구글이 안드로이드사를 인수하면서 루빈도 구글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와 자신을 같이 팔아치운 셈이다. 그는 지금까지 구글의 모바일플랫폼 부문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안드로이드폰의 뿌리를 만들었고, 지금도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는 별명도 얻었다. 모바일 OS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스티브 잡스에 도전장 낸 구글의 앤디 루빈

루빈의 출발은 애플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애플의 엔지니어로 취직했다. 1980년대 후반 애플에서 나와 아르테미스리서치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나중에 웹TV사가 됐다.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은 동영상 콘텐트를 TV로 보는 인터넷TV(IPTV)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 회사는 95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팔린다. 이때도 회사와 함께 자신도 MS로 옮겼던 루빈이 2000년대 초반 다시 자리를 박차고 나와 설립한 회사가 안드로이드다. 애플에서 출발한 루빈은 MS와 구글 모두에서 근무해본 특이한 경력을 갖게 됐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왼쪽부터)이 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안드로이드폰 ‘갤럭시S’ 국내 공개행사에서 단말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갤럭시S 출시행사 후 인터뷰에서 애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애플의 폐쇄성을 직접 공격했다.

“나는 기업가다. 몇몇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때로는 장벽에 막힐 때가 있다. 구글은 앞으로 나서서 다양한 장애물을 제거해준다. 구글은 하나의 거대한 벤처기업, 아니 벤처기업 여러 개의 모임이다. 구글 창업자들은 분위기와 구조를 대학처럼 만들었고, 회사가 성장하면서도 이를 유지하려고 한다. 애플은 경영 방식이 다르다. 물론 80년대에 애플에서 일했지만, 대학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개방과 폐쇄로 요약할 수 있다.”

아이폰4

그는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의 차이도 이와 같다고 설명했다. 루빈은 “퀄컴 칩을 채용한 화면 크기 3.5인치의 스마트폰 넥서스원과 인텔 칩을 쓴 60인치 평판 TV에서 같은 콘텐트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안드로이드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애플 같으면 아이폰과 아이TV를 따로 사야 한다. 안드로이드는 다양한 업체의 스마트폰이나 TV가 가능하다. 실제로 안드로이드폰은 삼성·LG·모토로라·HTC 등에서 각각 모델을 내놓았다. 최근 소니가 만든 구글TV가 선보였지만 내년 이후에는 삼성·LG 등도 구글TV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애플이 만든 기계만 써야 하고 앱스토어나 아이튠즈같이 애플이 운영하는 콘텐트만을 활용해야 한다고 루빈은 꼬집었다. 그는 지난달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사는 북한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구글 “광고 시장은 내 안방, 절대 못 내줘”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라고 가만있을 리 없다. 당장 반격에 나섰다. 잡스는 구글의 밥줄인 광고를 건드렸다. 잡스는 “다음 달부터 (아이폰 운영체제인) 아이OS4를 장착한 모든 기기에서 아이애드를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애드는 애플이 만든 인터넷 광고도구다. 잡스는 “이미 주문받은 광고만 6000만 달러어치로 하반기 모바일 광고 시장의 48%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아이애드의 출범으로 광고를 끌어들이는 것과 동시에 구글의 광고줄도 차단했다. 10일에는 인터넷 광고 솔루션업체 애드몹의 광고를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막겠다고 나섰다. 애드몹은 애플이 눈독을 들이던 회사다. 이걸 구글이 7억5000만 달러(약 8000억원)에 먼저 사들이자 잡스가 발끈한 것이다. 애플은 안드로이드에 이어 구글이 또 뒤통수를 쳤다고 생각한다. 본래 구글은 애플과 함께 ‘반(反)MS 동맹’ 동지다. 구글은 아이폰에 검색엔진 외에도 지도·메일·유튜브 등의 핵심 기능을 제공했다. 구글 CEO인 에릭 슈밋이 애플 사외이사를 맡을 정도였다. 잡스는 안드로이드로 아이폰에 맞불을 지핀 구글을 동맹 파괴자로 규정했다.

잡스는 지난해 슈밋을 이사회에서 내보낸 데 이어, 올 들어서는 HTC에 특허 소송을 걸었다. HTC는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넥서스원’ 생산업체다. 스마트폰에 구글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올 3월 잡스와 슈밋의 만남은 두 회사가 숙명적 대결의 장으로 들어섰다는 걸 확인해 준 자리였다. 두 사람은 팰로앨토의 카페 ‘캘러피아’의 길거리 테이블에서 만났다. 당시엔 화해의 자리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던 셈이다.

광고 시장에 대한 애플의 공격은 구글로서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루빈 부사장의 삼성전자 행사 참석을 애플에 대한 구글의 선전포고로 해석하는 시각도 그래서다. 물론 루빈이 밝힌 방한 이유는 좀 다르다. 그는 “삼성과 장기적인 동반자 관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글에는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갤럭시S는 새로운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최고 중의 최고(best of best)”라고 말했다. 겉으론 삼성과의 협력관계를 내세운 발언이지만 힘을 합쳐 애플에 대항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개방과 폐쇄는 구글과 애플의 밥그릇 싸움을 상징하는 언어다. 구글은 개방을 강조한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업체다. 검색 결과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낸다. 안드로이드를 내놓은 것도 검색 시장의 주도권을 모바일에서도 다지기 위한 포석이다. 그렇다 보니 앱스토어에 대한 관점도 다르다. 루빈 부사장은 “구글의 특징은 투명성과 선택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개발자들이 몇 개의 앱을 올리건, 어떤 앱을 만들건 규제하지 않는다. 뭐가 유용한지는 사용자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애플의 입장은 다르다. 잡스는 애플의 심사를 거쳐 앱을 등록하는 앱스토어가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좋은 기계에 엄선한 콘텐트를 제공하니 사용자는 그냥 즐기면 된다’는 식이다. 앱스토어는 애플 기기만을 위한 ‘월드가든(담장을 친 정원)’이라고 불린다. 잡스가 “포르노를 보고 싶으면 안드로이드마켓으로 가라”고 공격하는 이유다.

삼성전자, 구글과 손잡고 애플 공격
애플과 구글 전쟁에는 세계의 내로라하는 전자회사들이 모두 연결돼 있다. 삼성전자도 예외일 수 없다. 잡스는 이번 신제품 발표에서 삼성을 직접 언급했다. 이달 8일 갤럭시S 발표행사에 8시간 앞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애플개발자콘퍼런스(WWDC)’에서 잡스는 신제품인 ‘아이폰4’의 여덟 가지 특징을 설명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제품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 “아이폰3GS보다 24% 얇아졌다” 등 예전과는 달리 하드웨어 성능 자랑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잡스는 “문자 가독성도 놀랍고, 사진도 놀랍고, 비디오도 놀랍다”며 ‘어메이징’이라는 말을 연발했다.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인 A4칩의 성능도 강조했다. 빠르기도 하려니와 배터리 소모까지 최소화해 고해상도 동영상을 10시간 동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슬림 디자인, 밝은 디스플레이, 빠른 프로세서를 강조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에 대한 애플의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평했다. 잡스는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대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보다 더 낫다”며 삼성을 직접 겨냥했다. 아이폰은 지금까지 하드웨어 성능보다는 사용 편의성과 다양한 콘텐트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이번에는 여기에 더해 삼성의 강점으로 여겨지던 ‘스펙(성능)’까지 치고 들어온 것이다. 하드웨어 성능까지 압도하지 못하면 삼성은 내세울 게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삼성 측 시각은 다르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무선사업부장)은 “대형 초고화질 화면과 초슬림 디자인에 최고의 생활밀착형 콘텐트까지 보강했다”며 “누구와 경쟁해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삼성의 전매특허인 ‘스펙 싸움’을 걸어온 것이 되레 반갑다는 투다. 갤럭시S의 수퍼 아몰레드(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는 기존 액정화면(LCD)을 개선한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밀릴 것이 없다. 오히려 자체 발광형이라 반응속도나 명암비에서 LCD를 압도한다. 속도가 1㎓인 허밍버드 프로세서는 아이폰4에 들어간 A4칩과 이란성 쌍둥이다. 암(ARM)의 핵심 칩을 받아 애플과 삼성이 힘을 합쳐 설계했다.

삼성으로선 잡스가 아몰레드를 언급한 것 자체가 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삼성의 경쟁력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몇년 전만 해도 잡스의 주 공격대상은 MS였다. PC 시장을 놓고 겨루는 가장 큰 라이벌이자 넘을 수 없는 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애플은 MS를 넘어섰다. 지난달 26일 애플의 시가총액은 2221억 달러로 MS를 앞섰다. 애플의 다음 타깃은 노키아와 삼성이다. 잡스는 올 초 아이패드 발표 행사에서 “애플은 노키아·삼성·소니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모바일 기기 업체가 됐다”고 선언했다.

삼성이 애플의 대항마로 안드로이드를 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MS의 윈도모바일은 쓰기가 불편하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성능도 괜찮은 데다 무료라 삼성처럼 하드웨어 잘 만드는 업체와 찰떡궁합이다. 통신회사들도 안드로이드를 선호한다. 애플의 아이폰은 콘텐트까지 제조업체가 장악하기 때문에 통신회사들이 자체 콘텐트를 팔 길이 없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개방형이라 통신업체의 전용 콘텐트를 얹는 데 무리가 없다. 게다가 DMB 같은 지역특화 서비스도 올릴 수 있다. 갤럭시S에는 내비게이션 T맵과 음악서비스 멜론 등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갤럭시S 발표장에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참석한 이유다. 하 사장은 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글로벌 통신사들의 관심이 애플에서 구글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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