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금속에 생명 移入 박여숙 화랑 서정국展 15일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서울 청담동 박여숙 화랑에서 5~15일 열리는 서정국(44·계원조형예술대 교수)씨 초대전은 식물의 이미지 금속으로 표현한 철조각 20여점을 보여준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아카데미에서 수학한 서교수는 도자기·사진·비디오·조각 등 매체와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이번의 17번째 개인전엔 대나무의 이미지를 변조한 작품들을 내놨다. 이전의 작업에서 그는 콘크리트 구조물 밖으로 비어져 나온 철근을 화분에 심은 난초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식물적 상상력'을 보여주었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이번 출품작들은 스테인리스 스틸 봉을 용접해 만든 대나무 형상이 주류를 이룬다. 현대문명의 금속성을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끌어안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작품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수직으로 대나무의 밭을 이룬 듯한 형상과 뿌리처럼 둥글게 엉켜있는 형상들이다. 수직으로 서있는 대나무 군락은 하나를 건드리면 미세한 음의 진동이 서서히 전체로 퍼져나가서 공명하는 악기처럼 울린다.

대나무 줄기가 둥글게 엉켜있는'생명의 줄기'연작들은 앞뒤가 서로 이어진 폐쇄원을 이루고 있어 인연의 띠, 인과와 윤회의 고리로도 해석된다.

이번 전시의 기초가 된 드로잉 10여점도 함께 나왔다. 붓이 지나간 가장자리에 희끗희끗한 여백이 빛을 반사하는 수면처럼 드러나는 드로잉은 그 자체가 완결된 회화로도 평가된다. 그의 작품은 2000, 2001년 독일의 쾰른 아트페어에서 호평받는 등 유럽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게 화랑측의 설명이다. 02-549-7574.

조현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