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과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한 저자의 눈에 노자와 장자가 동양적 의사소통 이론의 전형으로 포착됐다. 그가 볼 때 진정한 의사소통은 언어와 문자를 넘어선다. 노자는 일찍이 그 세계를 ‘현(玄)’으로 표현했다. 저자는 노장 사상에서 서양식 소통 이론의 한계를 극복할 실마리를 찾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서양의 의사소통 이론은 인간의 눈·귀 같은 감각기관과 언어·문자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하지만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언제부턴가 하게 되었다고 한다. 10여 년 전부터 노자와 장자를 정독하면서 그 같은 회의는 깊어갔고, 언어의 한계를 줄기차게 지적하는 노장 철학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소통 방식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광우병을 봅시다. 과학 지식을 총동원해서 광우병의 안전을 설명할 수 있지요. 그것은 서양식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동양식 의사소통 방식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안심’을 중시합니다. 제 생각엔 ‘안전’에 대한 과학적 지식보다 ‘안심’이 더 포괄적이고 우선적입니다.”
‘현’은 세상 만물이 서로 관계 속에 존재함을 가리키는 표현이기도 하다. ‘현’의 소통방식은 이것과 저것을 절대적으로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노자에는 “오색(五色)을 밝히는 사람은 눈이 멀고, 오음(五音)을 밝히는 사람은 귀가 멀고, 오미(五味)를 밝히는 사람은 입이 마비된다”는 표현이 나온다. 장자에는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는 구절이 나온다. 인간의 오감과 인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마음과 온몸으로 소통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불통(不通)이 최대의 사회 문제가 된 오늘날 귀담아 들을만한 지적이다.
김 교수는 불교사상과 소통이론의 관계도 천착할 예정이다. 우리 학계의 과제 중 하나로 꼽히는 서양이론의 일방적 수입에 대한 반성과 대안 찾기인 셈이다.
배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