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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상장 하나도 없는 학생이 최고…황당하지만 유쾌한 학교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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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참으로 당돌한 학교
김남길 글
원혜진 그림, 예림당
104쪽, 8000원

좌충우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다. 동화란 게 어차피 지어낸 이야기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틀이 있게 마련인데 그런 고정관념을 버렸다. 상상력이 가는 대로 그냥 이야기는 흘러간다. 이게 뭐야, 황당해 하다보면 어느새 빠져든다. 색다른 재미다.

어느날 등굣길, 주인공 바람이는 오도가도 못하게 됐다. 갑자기 책가방이 무거워져서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바람이를 도와주러 모여들었다. 지게차를 부르고, 크레인을 동원하고…. 그래도 가방은 꼼짝도 않는다. 쯧쯧쯧, 구경꾼들이 혀를 차며 아쉬워하는 순간 개미 떼가 새까맣게 몰려와 가방을 짊어지고 간다. 덕분에 바람이는 난생 처음 전교 1등으로 등교를 했단다.

책 제목대로 ‘당돌한’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책가방 무게를 재 성적을 매기고, ‘맨몸으로 교육을 받는 날’에는 책가방을 가지고 오면 퇴학을 당한다. 소풍은 지옥으로 가고, 국어책의 글자들이 다 도망가는 바람에 아이들은 제각각 지어내서 교과서를 읽는다. "학교를 사달라”는 바람이 부탁도 엄마는 흔쾌히 들어줬다. 300원에 학교를 판 교장 선생님. 하지만 곧바로 400원에 바람이를 샀고, 바람이는 다시 공부하러 다녀야하는 신세다. 상장 수여식 날도 황당하다. 학생 한 명이 받는 상장 수는 평균 300개. 아이들은 낑낑거리며 상장을 받아간다. 그런데 바람이는 단 한 장의 상장도 못 받았다. “아무것도 안 받는 게 최고의 상이란다. 너는 우리 반 최고의 학생으로 인정받게 됐다. 축하한다. 강바람.”

엉뚱한 이야기의 재미는 그 배경이 학교라서 더 짜릿하다. 공부해라, 조용히 해라 식의 명령과 억압 대신 유쾌한 공상만 펼쳐지는 학교. 속시원한 카타르시스가 이어질 터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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