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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실용] 천황 아래 역도산, 그 힘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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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청년 역도산
무라마쓰 도모미 지음, 오석윤 옮김
북@북스, 361쪽, 9800원

내 남편 역도산
다나카 게이코 지음, 한성례 옮김
자음과 모음, 261쪽, 9700원

“사회주의 조국에 안기기를 그리도 바라던 김신락(역도산)이 끝내 귀국의 소원을 실현 못하고 일본 반동들의 모략에 희생된 비보를 받으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아까운 사람을 잃었다고 못내 가슴아파 하시었다.” (1994년 11월 24일 노동신문)

“파란만장한 그의 생애는 39세란 젊음으로 이제 막을 내렸다. 그의 숨길 수 없었던 민족애는 아직 숨을 거두지 않았으리라!”(1963년 12월 17일 조선일보)

“역도산은 이전부터 일부 야쿠자 단체와 친하게 지내고 있었고, 이것에 대해서 다른 폭력단이 대립한다는 설이 있었다. 역도산을 찌른 남자도 폭력단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상해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70여명의 경찰이 출동하여 경계를 서는 삼엄함을 보였다.”(1963년 12월 16일 아사히 신문)

‘천황 아래 역도산’이란 말이 회자될 정도로 전후 일본의 영웅이었던 전설적인 프로 레슬러 역도산(사진)은 조선 남자 김신락이었다. 함경남도가 고향인 그는 북한에서 ‘수령님’이 총애하던 ‘애국자’였으며, 남한에선 박치기왕 김일의 사부로 60,70년대 아이들에게 추앙받았다. 식민과 분단의 역사를 겪으며 남·북한과 일본, 세 개의 적대적 체제 속에서 각자에게 ‘영웅’으로 군림했던 기묘한 인물.

15일은 역도산의 41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날에 맞춰 한국에는 한바탕 ‘역도산 바람’이 불 모양이다. 설경구 주연의 영화 ‘역도산’이 개봉되고, 관련 서적들도 잇따라 출간됐다.

프로레슬링 전문가 무라마쓰 도모미의 『조선청년 역도산』(북@북스)과 역도산의 세번째 아내 다나카 게이코가 쓴 『내 남편 역도산』(자음과 모음)이 그것이다.

『조선청년 역도산』은 게이오대 철학과 출신의 저자가 ‘역도산의 팬’으로서 쓴 객관적이고 꼼꼼한 기록이다. 저자 자신이 관전했던 경기에 대한 생생한 재현과 당시 일본 매스컴에 보도된 자료를 중심으로 글을 썼다. 때문에 자극적인 폭로나 첫 공개되는 비화는 없지만, 50,60년대 일본에서 역도산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공정한 시각에서 읽을 수 있다.

54년 역도산이 당시 미국의 세계적인 프로 레슬러 샤프 형제를 일본에 불러들여 ‘가라데 촙’(스모와 당수의 기술을 융합한 역도산의 필살기)으로 때려눕힐 때 일본 열도는 ‘역도산이라면 미국에 이길 수 있다’고 들끓었다. 저자는 이를 “전후의 굴욕적인 시간 속에서 한가닥 광명이 텔레비전 화면에서 발하고 있었다”고 적고 있다.

역도산의 부인 다나카 게이코가 쓴 『내 남편 역도산』은 이 야수와 같은 남자가 얼마나 부드러운 남편이었나를 회상하고 있다. 그녀는 역도산과 고작 반년여를 부부로 지냈으나 그후 40여년을 역도산의 그늘에서 살아온 여인이다. 영화 ‘역도산’에서 그의 연인으로 나오는 여인은 둘째 부인이다. 다나카씨는 책에서 이 둘째 부인에 대해 역도산의 부인이 아닌 ‘아이들의 보모’ 정도로 표현해 흥미롭다.

역도산은 62년 김일성의 50세 생일 때 고급 승용차를 선물하는가 하면 그 다음해엔 돌연 남한을 찾았다. 『조선청년 역도산』이 인용하고 있는 자료에 의하면 두번째와 세번째 부인 사이에 조총련계 여인과의 동거설도 있다. 무라마쓰씨는 “양파의 껍질을 아무리 벗겨가도 역도산이라는 중심에는 도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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