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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J 막내처남 이성호씨 부실벤처 투자유치 파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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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업주가 외국으로 도주해 도산하다시피한 한 벤처회사의 투자유치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막내처남 이성호(李聖鎬·71)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된 부분은 李씨가 2000년 8월 손바닥지문 인식 보안시스템 개발업체인 ㈜핸디콤코리아의 판매계열사인 ㈜핸디텍코리아의 창업식에 참석, "회사의 성공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축사를 한 사실. 그는 핸디텍코리아 대표이사인 차중덕(車重德)씨를 가리켜 "내가 제일 아끼는 후배이므로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李씨는 또 민주당 정대철·김원길·김경재·설훈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을 창업식에 초청했다. 창업식엔 김윤기(金允起) 당시 건교부장관이 참석했고, 이한동 총리 화환도 있었다.

李씨가 핸디콤코리아의 투자유치 과정에서 소유자 송봉섭(宋奉燮)씨 등으로부터 돈이나 주식을 대가로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회사에 투자한 피해자들은 "대통령의 처남이 회사 대표이사와의 두터운 친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집권당 의원들이 창업식에 무더기로 참석한 것만으로도 투자자를 현혹하기에 충분했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는 장부상으로는 2000년 2월~2001년 7월 30억원을 모은 것으로 돼있다. 회사측의 관계자는 그러나 "창업식을 한 뒤 90억원이 모아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세무당국에 의해 매출실적 조작사실이 적발됐고, 지난해 11월 宋씨가 외국으로 도주해 사실상 공중 분해된 상태다.

한나라당은 이 사건을 "대통령의 처남이 사기성 짙은 벤처기업 투자유치에 가담해 선량한 투자자를 울렸다"며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혹을 파헤칠 특검제 실시를 주장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수사할 만한 사안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지검은 "宋씨가 사기혐의로 피소됐으나 일본으로 출국해 기소중지 상태"라고 밝혔다. 이성호씨는 해명서를 통해 "車씨가 사업을 도와달라고 해 격려사를 했을 뿐 사례를 받지 않았으며, 그 회사 지분도 없다"고 말했다. 車씨는 "李씨는 후배인 나를 위해 축사를 했을 뿐 투자유치 등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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