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차별은 있고 남녀 차별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PC업체인 애플코리아는 전체 직원 20명 가운데 절반이 여성이다. 부장급 이상 간부도 여성이 두명이다. 김지수 (인사 담당)대리는 "2000년 전체 직원 15명 중에 여직원이 5명에 불과했으나 그후 꾸준히 여자 직원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직원을 뽑을 때 성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유능한 여성인력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에 '여성파워'가 거세지고 있다.

외국기업은 성별이나 학벌에 상관없이 능력 위주로 인력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여성인력의 진출이 일반 사무직에서 엔지니어링 등 전문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영국계 모발 관리업체인 스벤슨코리아는 물류·창고 담당 직원 한명을 제외하고는 1백여명의 직원이 모두 여성이다. 관리직뿐 아니라 무역·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여성이 담당하고 있다.

김숙자 사장은 "직원을 뽑을 때 남성 지원자도 많았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대부분 탈락했다"면서 "남자 지원자의 경우 서비스 마인드와 적극적인 자세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 탈락시켰다"고 말했다.

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MSD는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을 공채할 때 여성 29명·남성 16명을 채용했다. 이 회사는 전체 직원 4백2명 가운데 여성이 2백3명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한국래쇼날소프트웨어는 직원 16명 중 38%에 가까운 인력(6명)이 여성이다. 이중 두명은 남성들도 어려워하는 첨단 엔지니어로 활약하고 있다.

강행아 과장은 "업종 특성상 여성의 섬세함과 창의력·분석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외국계 IT업체에 대한 여성인력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백화점업체인 제이씨페니의 국내 사업자인 제이씨페니인터내셔널카달로그코리아는 전체 인원 중 50% 이상이, 소프트웨어업체인 한국사이베이스는 엔지니어 인력 40명 가운데 11명(36%)이 여성이다.

컴팩코리아의 이화숙 이사는 2000년 외국계 정보기술(IT)업체에서는 처음으로 기술담당 이사로 승진했다. IT업계에서 다른 분야도 아니고 기술 분야에서 여성이 임원에 오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사는 "기술 분야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직장을 옮겨다닐 때마다 여성이 지원했다는 데 의아해하는 눈초리를 받았지만 오히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자리를 잡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