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감사 결과 발표] 초기에 왜 ‘북한 공격’ 배제하려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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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감사원의 10일 군의 천안함 침몰사건 대응태세 감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심쩍은 부분은 한둘이 아니다.

첫째는 2함대사령부가 왜 하급 부대의 최초 보고를 고치도록 지시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3월 26일 천안함 침몰 직후 사건 해역으로 급파된 같은 급 초계함인 속초함은 미확인 물체를 북한의 신형 반잠수정으로 판단하고 76㎜ 주포로 격파사격을 실시했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 결과 2함대사령부는 상부에 미확인 물체를 새떼로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국방부는 일관되게 새떼라는 입장을 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3월 29일 국회 국방위에서 “그 새떼는 여러분이 레이더를 잘 모르시기 때문에 그러는데, 레이더를 보시면 새떼가 날아올 때는 그것이 어떤 적의 항공기나 배나 이런 것으로 보일 수가 있다”며 미확인 물체를 새떼로 규정했다. 국방부는 4월 1일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속초함 레이더의 최대 탐지거리 등 그래픽을 곁들여가며 미확인 물체를 새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레이더상에 표적이 한 개에서 두 개로 분리됐다가 다시 합치는 현상이 반복되고, 표적이 최종적으로 사라진 지점이 육지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날 “정밀 조사를 했으나 실체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2함대사령부를 비롯한 군 당국이 최초 대응 과정에서 북한의 공격을 배제하려 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함대사령부가 천안함으로부터 침몰 원인이 “어뢰 피격으로 판단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 사실을 합참, 해군작전사령부 등 상급 부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도 한 맥락이다. 천안함의 최초 보고가 제대로 전파됐다면 우리 군의 대응 태세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군 당국은 천안함의 “어뢰 피격 판단”을 나중에 공개했다. 서해 최일선을 책임지는 2함대사령부가 왜 상황 보고를 추정·가감하고 누락했는지는 향후 추가 감사를 통해 반드시 규명해야 할 과제다. 상부로부터의 외압 때문인지, 아니면 자체의 축소 판단이거나 오판인지를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 만큼 김동식 2함대사령관에 대한 추가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와 함참의 허위 보고도 중대사다. 감사원은 위기관리반과 위기조치반을 소집하지 않았음에도 소집한 것처럼 국방장관 등에게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사건 발생 다음 날인 3월 27일 국방부는 “황중선 합동작전본부장을 반장으로 하는 합참 긴급조치반이 전날 밤 10시4분 가동됐고, 장광일 국방정책실장을 반장으로 하는 국방부 위기대응반이 밤 10시30분 소집됐다”고 밝혔다.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도 3월 27일 국회 국방위에서 “국방부와 합참에서는 어저께(26일) 위기조치반을 소집해 가지고 강화된 근무들을 전부 수행을 했다”고 보고했다. 허위 보고를 주도한 인사가 누구인지를 밝혀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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