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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우주로 향한 꿈을 결코 접을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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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어제 오후 5시1분 발사된 나로호가 추락했다. 지난해 8월에 이은 두 번째 좌절이다. TV 카메라에는 나로호가 고도 70㎞에서 발사 137초 만에 폭발하면서 추락하는 듯한 장면이 잡혔다. 온 국민이 안타까운 심경으로 비극적인 광경을 지켜보았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나로호 상단의 탑재카메라 영상이 (섬광으로 인해) 밝아지는 것을 볼 때 나로호가 1단 연소 구간에서 비행 중 폭발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가꿔온 우주로 향한 꿈은 좀 더 미뤄둘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발사를 앞두고 정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이 너무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제는 소화장치가 오작동을 일으켜 발사가 연기됐고, 러시아 기술자가 자살을 시도하는 소동도 있었다. 그래서 발사 강행을 미심쩍어한 국민들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누구를 탓할 수 없다. 여기에서 우주를 향한 우리의 도전을 멈출 수도 없다. 선진국들의 경험을 돌아봐도 우주로 향한 길은 험난한 가시밭길이었다. 일본은 네 번이나 고배를 마셨고 브라질은 세 차례 연거푸 발사체가 폭발한 뒤에야 스페이스 클럽(자국의 로켓으로 자국의 땅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한 나라들)에 가입했다. 다행히 우리는 또 한 번의 추가 발사를 놓고 러시아와의 협상이 남아있다.

지금은 거듭된 실패에 절망하기보다 다시 한번 일어설 때다. 실패도 소중한 자산이다. 폭발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해 3차 발사 때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우주로 향한 도전은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 굽힐 줄 모르는 연구진의 열정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국민의 지속적인 지지가 그것이다. 250여 명의 연구진은 몇 년간이나 휴일도 반납하고 땀을 흘려왔다. 이번 발사 실패에 누구보다 좌절감이 클 게 분명하다. 하지만 우주 도전은 단순한 경제적 효과를 넘어 우리 미래의 꿈과 희망이 걸린 문제다. 우리 사회의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의 핏줄에는 온갖 역경을 뚫고 온 DNA가 면면히 흐르고 있다. 여기서 우주로 향한 우리의 꿈을 결코 접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