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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심 천문대서 찾아가는 별자리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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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이 대낮을 저만치 제쳐버린 12월이다. 밤이 길다. 그래선가 별이 유난히 밝아 보인다. 정치권은 난장판이고 경기도 엉망이다. 이럴 즈음 모든걸 제쳐두고 자녀들과 도심 속 천문대를 찾아 하루밤만의 동심에 젖어보는게 어떨까. 순진 그 자체로 별을 세면서 말이다.

오후 10시. 서울 창동의 '창동 청소년 문화의 집'을 찾았다. 창동시민천문대는 해발 437m, 도봉산을 마주보는 주안산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맨눈으로도 1000여개의 별을 볼 수 있는 서울에서 몇 안되는 관측소다.

도봉구는 지난 2003년 5월 이곳 옥상에 천문대를 열었다.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120mm 굴절망원경, 235mm 반사망원경, 125mm 쌍안경 등 천문관측기기를 갖췄다. 지붕은 개폐형 슬라이딩 돔으로 설계해 별을 관측할 때마다 열린다. 열린 지붕 사이로 주안산의 굴곡진 산세가 보여 마치 산 한가운데 천문대에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불러 일으킨다.

사설 천문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망원경으로 별을 보고 아이에게 별자리 이야기를 해주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마침 성남에서 온 유치원생들이 단체관람 중이었다. 운영자 김희성 씨가 한참동안 별에 대해 설명했다. 120mm 굴절 망원경으로는 달 표면의 분화구까지 볼 수 있었다. 요즘엔 오후 4시에도 달이 뜨기 때문에 낮달을 보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고 한다. 이날의 달은 상현(반달)이었다. 보름달보다 이 때가 오히려 관측하기 좋다고 했다. 별 관측에는 달 없는 밤이 최고란다. "조병화 시인의 '편지'란 시에 '달 없는 밤하늘은 별들의 장날'이란 구절이 있죠. 그만큼 별들이 치렁치렁해요." 김씨의 설명이다. 겨울밤에 가장 잘 보인다는 페가수스 자리와 오리온 성단도 보였다.

창동시민천문대는 공해가 심한 서울에 있다. 지방의 사설 천문대만큼 별자리가 잘 보이지는 않는다. 태양계에서는 천왕성까지 관측이 가능하며, 태양계 밖으로는 성단과 성운, 대은하 정도까지 보인다. 그래도 요즘은 별보기 가장 좋은 때라 페가수스 자리와 오리온 자리, 플레이아데스 성단과 안드로메다 은하까지도 보인다.

천문대에서는 태양의 불꽃, 흑점 등을 보는 태양관측(오후 2~5시)과 달, 토성, 목성 및 성단관측(오후 8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옥상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우주의 생성과 별의 움직임 등 신기한 우주 정보를 천체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천문대는 또한 '망원경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아이들에게는 천체를 놀이터 삼아 행성의 모습을 비교하고 찰흙으로 천체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성인에게는 천체를 직접 관측 기록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 동아리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다. 천체 관측 동아리는 물론 댄스, 음악 등 여러 동아리들을 만들고 지원해 청소년 놀이문화공간으로 열어 놓았다. 동아리별로 천문대 운영도 돌아가며 맡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단체 관람객과 가족 단위 관람객 중심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도 확대중이라고 했다. 입소문을 탄 연인들이 데이트 코스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인 대상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천문대에선 별만 본다? 여긴 그렇지 않다. 인터넷 카페, 체육 활동실, 노래방, 당구장 등 다양한 휴식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다. 특히 노래방과 당구장에는 제한 시간이 없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주말에는 3~4일 전, 평일에는 반나절 전 예약해야 가능하다.(홈페이지 www.0924@culture.net, 02-908-0922~4) 참가비는 1인당 1500원. 천문대 이외의 부대시설은 프로그램 이용자에게만 개방된다.

이종석 대학생인턴기자 gfds@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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