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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무기 왜 요즘 문제인가요 "테러의 불씨" 미국서 소탕 나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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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요즘 신문이나 방송에 자주 나오는 '대량살상무기'는 어떤 무기를 말하는 건가요.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거 아시죠?단 한발씩의 폭탄으로 무려 10만명이 숨지고 두 도시는 완전히 쑥대밭이 됐답니다. 이처럼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할 수 있는 무기를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약자로는 WMD)라고 부릅니다. 핵무기·화학무기·생물무기 등이 대량살상무기에 해당합니다. 탱크나 장갑차·대포같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무기들은 재래식 무기라고 부르고요.

그런데 대량살상무기를 아주 먼 곳까지 쏘아 보내기 위해서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해요. 핵폭탄 자체로는 멀리 날아갈 수가 없으니까요. 예컨대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어 쏘아 보내면 수백~수천㎞ 떨어진 곳까지 공격할 수 있답니다. 탄도미사일과 같은 장치를 '운반수단'이라 부릅니다.

2.그런데 왜 요즘 대량살상무기가 문제가 되는 거죠?

-지금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위력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답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지구를 몇번씩 파괴하고도 남을 거라는 얘기도 있어요. 미국은 9·11 테러 이후 테러집단이나 이른바 '불량국가'가 위험한 대량살상무기를 갖게 되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어요. 실제로 9·11 테러 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단체인 알 카에다가 핵무기나 화학무기를 입수하려고 노력했다는 증거가 일부 드러나기도 했지요.

3. 그토록 위험한 무기를 왜 만드는 겁니까.

-대량살상무기를 갖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큰 힘을 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런데 문제는 한 나라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게 되면 이웃나라들이나 경쟁국들도 똑같이 대량살상무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불안감도 들고,경쟁심도 생기겠죠.

미국이 먼저 원자탄을 만들자 소련도 뒤질세라 1949년 원자탄 개발에 성공했어요. 계속해 두 나라는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만들어 수만개의 핵탄두를 갖게 됐어요. 두 나라에 이어 영국·프랑스·중국이 60년대에 핵무기를 개발했습니다.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영원히 2등국가로 뒤처지게 된다는 위기감 때문이었죠.

그런데 선진국이나 강대국뿐만 아니라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는 나라나 국제사회에서 힘이 약한 나라 중에서도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나라들이 생겨나게 됐답니다. 왜냐구요?이미 말한 대로 일단 핵무기나 화학·생물무기만 갖게 되면 단숨에 국력이 커진다는 믿음 때문이죠. 많이 만들 것도 없이 단 한발의 핵무기만 가져도 이웃나라들에겐 큰 위협이 되거든요. 특히 화학무기와 생화학무기는 재래식 무기보다 제조비용이 훨씬 적게 든답니다.

4.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가장 많이 가진 나라는 미국 아닌가요?

-누구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져도 되고 누구는 안된다고 하면 당연히 '불평등'이 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국제사회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한 논리로 움직이는 게 아니랍니다.

핵무기를 먼저 개발한 미국·소련·영국·프랑스·중국 등 다섯 나라는 60년대 후반 더 이상 핵무기가 다른 나라들에 퍼지면 곤란하다는 점에 합의했습니다. 핵무기를 가진 나라들이 계속 늘어나면 결국 통제가 안되는 상황에 이르고 말거란 이유에서죠. 그래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만들어 나머지 나라들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금지했답니다. 화학·생물무기와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도 개발과 수출을 규제하는 국제적 약속이 있습니다.

몰래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들에 대해선 무역거래를 끊는 등 여러 가지 벌칙을 주고 있어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북한과 이라크·이란이 그런 벌칙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들이랍니다. 98년 핵실험을 한 인도와 파키스탄도 마찬가지고요.

5.미국이나 다른 강대국들이 갖고 있는 대량살상무기도 위험하긴 마찬가지 아닌가요?

-물론 그렇죠. 하지만 이 나라들의 대량살상무기는 관리나 감시가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고, 테러집단의 손에 들어갈 가능성도 굉장히 작다고 볼 수 있어요. 또 기존의 핵 보유국들은 서로 핵무기를 먼저 발사하지는 않는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냉전시대에 서로 적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어느 한쪽이 먼저 핵무기로 공격했다가는 즉각 똑같은 방법으로 보복당해 결국 둘 다 망하게 된다는 두려움이 컸기 때문에 실제로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었어요. 그런 점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만드는 무기'라고도 말하고, '위협용'이지 '실전용' 무기가 아니라고도 합니다.

6.이미 만들어진 대량살상무기는 어떻게 하나요?

-많은 나라들이 이 점 때문에 고민하고 있어요. 이미 만들어져 군대에 배치돼 있는 각종 무기를 줄여 나가는 일을 '군비축소', 줄여서 군축이라고 해요. 하지만 실제로 군축은 매우 속도가 느리답니다.

이미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 힘이 세진 나라가 스스로 무기를 없애기란 쉽지 않은 일이겠죠. 만일 대립하는 두 나라 중 한 쪽은 무기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데 다른 한 쪽만 무기를 줄인다면 아주 위험한 일이 되겠죠, 결국 두 나라가 동시에 무기를 없애 나가야 하는데 그러자면 기본적으로 나라와 나라 사이에 믿음이 있어야겠고, 서로 약속을 지켰는지 확인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거든요.

미국과 옛 소련은 70년대부터 군축협상을 해왔어요. 그 결과 중거리 핵무기 발사장치 1천8백여기를 없애고 전략핵무기감축협정(START)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과 러시아엔 1만개 이상의 핵탄두가 남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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