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네트워크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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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보통신부는 올해를 정보화를 실제 생활에 접목시키고 정보기술(IT)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해로 삼았다.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사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제공하고, 값싸고 성능이 좋은 디지털TV를 개발·보급해 일류화 수출상품으로 키우기로 했다. 지식정보강국 'e-코리아'는 계획대로 가능할까.

-월드컵이 석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IT 쪽에서도 할 일이 많을텐데.

"한국이 IT 강국임을 확실히 보여주겠다. 고선명(HD)TV를 시연하고, 휴대폰으로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하겠다. 휴대폰으로 전·후반 90분 경기를 보려면 통신요금이 20만원 정도 들지만 월드컵 기간 중에는 공짜로 하거나 요금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디지털TV 1백만대 보급 계획도 세웠는데 가능할까. 가격이 문제라고 보는데.

"초고속 인터넷도 초기에는 비쌌다. 지난해 4백만가구 가깝게 보급하면서 가격을 낮추고 성능은 높였다. 월드컵을 계기로 이 경험을 적용하겠다. 초고속 인터넷처럼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성능좋은 디지털TV를 보급해 월드컵·아시안게임·선거를 통해 일류 상품으로 만들겠다."

-정보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형편이 안돼 소외당하는 계층의 정보격차(digital divide)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종업원 50명 이하 소기업과 자영업 쪽은 전산화 사각지대다. 이곳에 초고속 인터넷 통신요금으로 업무 관련 소프트웨어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매출 노출로 세금을 더 낼 것을 우려해 호응이 적으리라고 보았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 올초에 시작해 4천회선이 나갔다. 구멍가게 네트워크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연말까지 20만회선 보급이 가능할 것이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IT 분야의 약진이 돋보인다. 연초부터 휴대폰 주문이 몰렸는데.

"세계 1등인 이동통신 단말기 분야에서 2백억달러 넘게 수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물론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인도에 적극 진출하겠다. 반도체 값도 오르고 있어 IT 분야 전체 수출은 5백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본다."

-KT(한국통신) 민영화가 관심사다. 증시에 영향을 미칠텐데, 6월 안에 예정대로 진행될지.

"지분 28.3%를 파는데 금액으론 약 5조원이다. 경기와 증시 상황이 좋아지고 있어 무난히 소화되리라고 본다. 3월 초 주간 증권사를 정해 단계적으로 팔겠다. KT의 자사주 매입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미 현 경영진이 11.8%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가 이뤄진 뒤 경영권은 누가 갖는가.

"한사람이 살 수 있는 한도가 5%라서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대주주가 나타나긴 쉽지 않다. 현재 이사가 13명(비상임 7명, 상임 6명)인데, 비상임 이사진이 반대하면 사장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지배주주가 나타나기 전까지 이 체제를 유지해 사장의 독주를 견제하도록 하겠다."

-통신업계의 3강(强)체체란 과연 필요하고 가능한 것인가.

"세계적으로 통신사업은 정부가 하던 사업이다. 독점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민영화하면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경쟁해야 서비스가 나아진다."

-그렇다고 선발 업체를 규제하고 후발 업체를 돕는 차별(비대칭) 규제는 시장원리에 배치되는 것 아닌가.

"큰 곳을 누르고 작은 쪽을 키워야 한다. 미국도 AT&T에 맞서 군소 업체가 40% 점유율을 차지할 때까지 규제했다. 우리도 KT는 묶은 채 데이콤 전화요금을 5% 싸게 하는 등의 정책을 펴왔다. 내가 비대칭 규제란 말을 처음 썼더니 없던 정책을 새로 만든 것으로 오해한다."

-비대칭 규제를 마냥 끌고갈 수는 없지 않은가.

"후발 업체가 누적적자를 해소하고 흑자로 돌아설 때까지다. 그 시점을 못박기는 어렵다."

-최근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서비스와 관련해 논란이 있었는데.

"국회에서 '기술 개발도 안되고 시장도 안생길 때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답변한 것이다.그런데 그 전제는 빼고 비동기식 사업자의 동기식 '전환 검토'부문만 보도했다. 비동기식 2개 사업자, 동기식 1개 사업자라는 정부 방침은 변함이 없다."

사진=김태성 기자

정리=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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