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소란 어른책임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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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둔 가장이다. 직장 일로 바빠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주말이면 두 아들과 함께 집 근처 목욕탕을 찾는다. 아이들과의 목욕은 내게 일주일의 피로를 풀고 부족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하지만 목욕탕에 들어설 때면 종종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목욕탕 안 여기저기에 일회용 면도기·칫솔·물수건 등이 버려져 있고 어린이들이 뛰어다니면서 소란을 피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제지하는 어른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괜히 남의 아이를 훈계했다가 그 아버지에게서 싫은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일부 아이들은 냉탕이 수영장이나 되는 듯 바가지를 잡고 헤엄을 치기도 한다. 이같은 목욕탕에서의 무질서에 대해 아이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이를 제지하지 않는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생각이다. 핵가족화가 심화된 요즘 자녀 수가 한두 명인 가정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부모가 자기 자식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자녀들은 최소한의 공중도덕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최진수·경남 양산시 북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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