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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도시 구미에 판소리 동편제 ‘큰 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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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명창 박록주의 생전 모습.

지난달 22일 경북 구미에서는 전국의 국악인과 국악을 배우는 학생 등 266개팀 360여 명이 솜씨를 겨루는 국악 콩쿠르가 열렸다.

‘명창 박록주 기념 제10회 전국국악대전’이다. 이 콩쿠르는 판소리 등 국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경상도에서 열리지만 권위를 인정받는 대회다. 일반부 종합대상 수상자에게 최고 상인 대통령상이 주어지는 데다 고등부 3위 이내 입상자에게는 서울대 음대 수시 지원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대 수시 지원 자격이 주어지는 국악대회는 전주대사습 등 9개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엔 판소리 부문에 서울과 전라도를 중심으로 고등부 15명, 일반부 11명이 참가해 광주예고 최치웅(17)군이 고등부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대회에서 고등부 판소리 부문 1위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최치웅군이 열창하고 있다. 이 콩쿠르의 1∼3위 입상자는 서울대 음대 수시 지원자격이주어진다. [구미문화예술진흥원 제공]

이 행사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문화·예술을 아끼는 순수 시민이 모여 조직한 구미문화예술진흥원(이사장 조민훈)이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미문화예술진흥원의 모태는 공업도시 구미에서 문화에 관심있는 이들이 모여 행사를 찾아다니며 토론했던 구미문화연구회다. 이들은 지역 출신 예술인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때 회원들이 주목한 인물 중 하나가 구미 출신의 명창 박록주였다.

국내 판소리 명창의 70%는 전라도 출신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경상도는 판소리와는 대체로 거리가 멀었다. 박록주는 그래서 더 눈에 띄었다. 박록주는 전라도 소리인 서편제와 구분해 동편제의 거장으로 불린다.

회원들은 곧바로 명창 박록주 기념사업회를 만들고 그때부터 국악대회를 개최했다. 처음엔 지역의 작은 국악대회였다. 구미문화예술진흥원의 초대 사무국장을 맡아 대회를 준비했던 김현숙(47) 이사는 “당시 회원들은 전라도와 서울에 치중된 국악을 지역에도 확산시키자며 힘을 모았다”고 회고했다.

구미문화예술진흥원은 전국 규모 대회를 만들기 위해 박록주의 양아들인 조상현 명창을 초청해 국악한마당을 열기도 했다. 또 박록주의 삶을 재조명하는 대규모 학술대회도 마련했다.

이 대회가 단기간에 권위를 인정받은 것은 심사의 공정성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대 국악과 김승근 교수는 “신뢰를 받는 콩쿠르”라고 말했다. 이 대회는 1회부터 참가자가 공연을 마치면 곧바로 개별 점수를 공개했다.

심사위원은 전공별·지역별·도덕성·참신성 등을 고려해 대학 교수와 인간문화재를 위촉했다. 대회 기간에는 부조리 신고센터도 운영했다. 출연자의 참가비도 받지 않는다. 또 최고 역량을 겸비한 고수와 반주자를 주최 측이 부담하며 대회 전날 직접 연습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개인이 부담할 경우 고수비만 20만∼50만원이 든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공업도시가 명창 박록주와 이 대회를 통해 동편제의 본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박록주(1905∼79)=동편제 창법의 명창으로 첫 여성 인간문화재다. 12세에 입문해 송만갑 등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1928년부터 음반을 취입해 판소리 음반을 많이 남겼으며 경상도 사투리를 고집했다. 흥보가·춘향가의 판소리 예능 보유자로 지정됐다.



명창 박록주 기념 국악대전은 …

-판소리 불모지에서 열리는 국악 콩쿠르
-고등부 1∼3위 입상은 서울대 수시 지원자격
-공정한 심사로 단기간에 권위 인정받아
-출연자 참가비 안받고 무료 고수 마련
-콩쿠르 진행은 국악인 아닌 시민들이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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