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동·김영봉 금감원 '로비의 축'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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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태재단 이수동 전 상임이사의 집과 사무실, 그리고 김영재 전 금감원부원장보의 집에 대한 22일 특검팀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이들과 이용호씨의 커넥션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됐다.

이용호씨가 자신이 소유한 계열사(또는 관련업체)의 잇따른 주가조작 행위에 대한 조사를 막기 위해 금감원에 집요하고도 전방위적인 로비를 꾀하려 했음이 속속 드러남에 따른 것이다.

특검팀은 일단 아태재단 이수동 전 상임이사와 인터피온 전무로 영입된 김영봉(김영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 동생)씨가 그 창구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드러난 이수동씨와의 관계=이용호씨가 李전이사를 처음 만난 1998년 10월은 李씨가 에넥스라는 업체의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금감원의 내사를 받은 직후다.

李씨는 이후에도 자신의 계열사인 인터피온(전 대우금속)·KEP전자·삼애인더스 등에 대한 주가조작을 계속했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李전이사의 역할이 있었는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터피온 주가조작과 관련, 금감원은 1999년 10월 법인과 회사 관계자들만 검찰에 고발하고 李씨는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李씨가 인터피온 주식을 매집한 것은 사실이나 매입한 주식을 팔지 않고 경영권을 확보해 회사를 실제로 인수,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李씨는 검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가 드러났으며, 검찰 역시 그를 약식기소해 벌금형만 받게 했다. 李씨는 그해 5월 횡령 건으로 서울지검에 긴급체포됐으나 입건유예된 바 있다.

특검팀은 그래서 李씨가 李전이사를 통해 검찰에도 '관대한 처분'을 청탁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결국 2000년 3월 이수동씨에게 준 5천만원은 이러한 도움들에 대한 '사례비'성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특검팀의 시각이다.

두 사람은 그 사이 서울 롯데호텔 식당 등에서 몇차례 만났음이 확인됐고, 그 자리에 도승희씨가 동석하기도 했다.

李씨는 그러나 지난해 신용금고 등에서 편법적으로 자금을 끌어모은 행위, 그리고 삼애인더스 주가조작으로 금감원에 의해 고발됐고 축소수사 시비 끝에 결국 지금의 특검팀 수사를 받게 됐다.

◇김영봉씨도 창구역?=이용호씨의 김영봉씨에 대한 대우는 신승남(愼承男)전 검찰총장에게 수사 중단을 청탁하기 위해 그의 동생 승환(承煥·구속)씨를 G&G사장으로 영입하고 금전적 특혜를 준 것과 닮은 꼴이다.

특검팀은 李씨가 그에게 오피스텔을 무상 제공하는 등 특별관리한 흔적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의 형인 김영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통한 대(對)금감원 로비 시도를 위해 그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현재 특검팀의 판단이다. 그러나 21일 특검팀의 조사를 받고 귀가한 김영재씨는 "동생은 인터피온에 정상적으로 취업했다"며 로비와 관련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특검팀은 99년 금감원이 인터피온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할 때 금감원의 모 위원회 일부 위원이 李씨에 대한 수사의뢰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정황도 포착,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다.

이상언·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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