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의 敵' 물류비 日의 2배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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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일본에 여성의류를 수출하는 인천 남동공단의 한 중소기업은 일본·이탈리아 등에서 수입한 원단을 부산항에서 실어와 제품을 만든 뒤 다시 부산까지 내려보내는 일을 벌써 몇년째 반복하고 있다.

외국 바이어들로부터 열심히 수주하고 각고의 노력으로 신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길바닥에 쏟아붓는 돈 때문에 제대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과 각종 근간 시설들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선진국과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물류비용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매출액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미국(9.4%)·일본(5.9%)보다 훨씬 높은 12.5%에 이른다.

산업자원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경영개발원(IMD) 등의 통계를 바탕으로 산업생산 요소비용의 경쟁력 실태를 분석, 21일 발표한 '우리 산업의 경쟁여건 국제비교' 자료는 우리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기술개발 여건이나 정보기술(IT) 기반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게 호전된 반면 물류·노동·입지비용 등 주요 비용은 계속 오르고 있어 우리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공단의 땅값만 하더라도 평당 80만원(반월공단·2000년 기준)으로 일본 기요하라 단지(1백29만원)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

그러나 부동산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3~4년 전에 비해 배 가까이 뛰어올라 새로 공장을 세우려는 기업의 비용부담을 늘리고 있다.

인건비도 생산직 근로자 시간당 비용(6.7달러)은 아직 선진국(19~20달러)에 비해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1인당 보수(임금+사회보장 경비) 증가율과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이 OECD 회원국 중 5위와 6위를 차지할 정도로 오르고 있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중 20위에 불과하다.

기술개발·IT 기반이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은 좋은 징후지만 실속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액 비중(2.68%), 특허등록 건수(5만2천8백90건), 인터넷 활용인구(1천명당 4백2명) 등 양적인 지표로는 세계 10위권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논문발표수·독자개발 기술수출액·전자상거래 규모 등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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