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200만불 제의" "야당서 비밀 접촉" '이석희 회유說' 입씨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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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야는 20일 세풍(稅風)사건 주역으로 미국에서 체포된 이석희(李碩熙)전 국세청차장을 과연 어느쪽이 회유했느냐를 놓고 공방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2백만달러 제공 제의설'로 공세를 폈다. 李전차장의 귀국을 위해 여권이 李씨의 형인 명희(明熙·뉴욕 거주)씨를 상대로 2백만달러의 자금제공 및 사업협력 의사를 제시했다는 주장이다. 한 당직자는 "앞으로 여권의 불순한 의도를 부각시키고,수사결과의 정치적 활용에 쐐기를 박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LA의 黃모씨가 이명희씨에게 '2백만달러 정도를 줄 수 있다'는 등 10여 차례나 회유했다고 한다"면서 "黃씨는 DJ 미국 망명시절 최측근이었고 북풍사건에도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南대변인은 "DJ정권의 정치공작 행위는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기획체포설을 내놨던 홍준표(洪準杓)의원은 "李전차장의 체포는 대선용 기획작품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李전차장 체포는 워싱턴 주재 우리 검사와 국정원 직원을 파견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은 반대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측근인 서상목(徐相穆)전 의원이 李전차장을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세풍 주역인 李전차장이 올 초 미국 도피 중 또 다른 주역인 서상목 전 의원과 만난 것으로 돼 있다"며 "만나서 무엇을 모의했고,徐씨 외에 만난 사람은 더 없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李전차장의 은신처인 미시간주 한적한 마을에 국산 술은 판매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李전차장의 도피처에서 국산 술병이 나온 것은 누군가 지속적으로 도와준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이석희씨가 망명 운운하며 귀국지연술을 펴고 있다"며 "야당의 기획체포설은 물타기 작전이고, 세금도둑질 사건의 배후 몸통이 李총재란 것은 국민이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徐전의원은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李전차장이 어디에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세풍사건의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나를 주범이라고 표현한 것을 고소하겠다"고 반박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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