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권·종교문제 꺼낼까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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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는 베이징(北京)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미 국가원수로서는 중국을 처음 방문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도착일로부터 정확하게 30년이 되는 21일 부시는 베이징에 도착한다. 미·중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만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부시 '생중계 발언'우려=부시 대통령은 방중 기간에 두차례의 생중계를 통해 '미국의 가치관'을 중국 전역에 전파할 기회를 갖게 된다.

부시가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하게 될 기자회견(21일)과 칭화(淸華)대 연설(22일) 및 학생들과의 토론은 모두 생중계로 진행된다. 중국이 내정간섭으로 간주하는 인권·종교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부시 대통령의 '입'을 통해 대륙 전역에 생생하게 전해질 수 있다.

한 서방 외교소식통은 "정상회담 뒤 열릴 기자회견은 의전과 격식을 갖춘 자리여서 부시 대통령은 인권·종교 등 껄끄러운 문제에 대해 형식적으로 언급하고 지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칭화대 연설이다. 미국측이 당초 공산당 간부 양성소인 중앙당교(黨校)에서 연설하기를 원했다는 점에서 "부시가 뭔가 단단히 벼르는 듯하다"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칭화대 학생들이 충분한 준비를 통해 부시와 상당한 수준의 '설전'을 벌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부시는 정상회담과 만찬, 다음날 오찬 등 세차례에 걸쳐 江주석과 만나고 주룽지(朱鎔基)총리 내외와도 22일 조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칭화대에서는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한 후진타오(胡錦濤)국가부주석과도 상견례를 하게 된다.

중국은 경제면에서는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산 면화·콩 등에 대한 중국의 문호개방 여부가 현안이긴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양국의 활발한 경제협력을 논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

◇긴장한 대만=대만의 젠유신(簡又新)외교부장은 18일 "장쩌민·부시 회담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대만관계에 놀라운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부시 대통령의 출발 전 미 관리들이 대만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희생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확약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정상회담이 대만의 위상을 흔들지 모른다는 우려와 불안감이 대만에 퍼져 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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