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섬나라선 이렇게 사는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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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월드컵을 계기로 '공동개최국 일본을 더 잘 알자'는 취지의 문화행사가 시작되고 있다.

일본 제대로 알기의 첫 문화행사는 국립민속박물관(www.nfm.go.kr)의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특별전. 20일부터 5월 6일까지 서울 경복궁 내 민속박물관에서 계속된다. 민속박물관은 "살아 있는 일본 문화를 재미있게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체험 위주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제1부 '할머니의 집'은 일본의 전통 의식주를 보여주는 전시다. 1999년 숨진 교토(京都)의 한 할머니가 1백년 가까운 세월을 간직했던 삶을 그대로 재현한다. 할머니 사후 일본 오사카(大阪) 국립민족학박물관으로 옮겨져 전시돼온 방과 부엌, 그 속의 유품들을 서울로 가져왔다.

제2부 '탄생에서 무덤까지'는 일본인이 평생 거쳐가는 각종 통과의례를 관혼상제 중심으로 보여준다. 남자 어린이가 잘 자라길 기원하는 '고가쓰 닌교(5월 인형)', 여자 어린이를 위한 '히나(鄒)닌교' 등과 같은 전통 인형은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기복적 전통들. 수백년 전부터 매년 같은 시기만 되면 같은 인형을 만들어 평생 간직해 살아가는 일본인 특유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각종 물품들이 전시된다. 특히 결혼식 피로연장이나 장례식장과 같은 통과의례의 현장을 재현하기 위해 일본 현지의 전문업체(주식회사 베루코)가 직접 민속박물관을 찾아 시설하고 기증한다.

제3부 '일본 현대문화 읽기'는 일본의 젊은 대중문화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는 전시다. 아직 개방되지 않은 일본의 대중가요와 뮤직비디오를 직접 듣거나 볼 수 있는 코너, 히트 애니메이션을 편집해 상영하는 코너를 만들었다. 수천만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빠찡꼬 게임을 직접 즐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일본 빠찡꼬업체에서 기계까지 기증받아 설치한다. 대중문화에 묻혀 사는 일본 젊은이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일본 한 여학생의 방을 재현해 놓기도 했다.

민속박물관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문화는 그들의 살아있는 삶이라는 생각에서 전시를 준비했다"며 "역사의 단절이 없었던 나라 일본의 오랜 전통과 현대적 삶을 직접 보고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www.museum.go.kr)은 크게 두가지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하나는 박물관이 소장해온 작품을 전시하는 일본 근대미술 걸작전(10월 예정), 다른 하나는 우리의 유물과 교환 전시를 하기 위해 일본에서 들여오는 국보·보물급의 명품전(5월 예정)이다.

중앙박물관은 일단 일본 근대미술 걸작전을 위해 해방후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정리, 보고서 형식의 도록을 먼저 펴냈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은 일제 식민지 시절 '이왕가(李王家)미술관'(조선왕실의 미술관)이 수집했던 당대 일본 유명화가들의 그림 93점이다.

일본 근대회화사의 주요 인물인 요코야마 다이칸(橫山大觀)이나 가부라키 기요카타(鏑木淸方), 야마카와 슈호(山川秀峰) 등의 작품이 포함돼 있어 일찍부터 미술애호가들이 공개를 기대해 왔던 명품들이다. 특히 일본에서 관심이 많아 그동안 여러 차례 공개나 임대를 요청해왔다.

해방과 함께 이왕가미술관의 소장품을 그대로 넘겨받은 중앙박물관은 전시공간 부족 등으로 지금까지 이 작품들을 공개전시하지 않았는데, 최근 월드컵 공동개최 등을 계기로 일본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전시키로 한 것이다.

당초 전시는 지난해 말로 계획됐었으나 일본 교과서 파동으로 오는 10월로 연기됐으며, 그 과정에서 도록이 먼저 나오게 된 것이다. 도록에는 작품별 해설과 작가 약력, 일본근대미술과 중앙박물관 소장품의 내력 등에 대한 해제까지 덧붙였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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