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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선거혁명의 전주곡, 트위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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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트위터의 역할을 평가할 만한 몇 가지 징후도 있었다. 많은 문화예술인이 트위터를 통해 젊은 층의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소설가 이외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 소설책을 선물하겠다 약속했고, 한 화가는 투표한 20대 1000명에게 본인의 판화를 주겠다고 했다. 소녀시대, 노홍철, 2PM 등 인기 연예인들도 투표 인증샷 대열에 동참했다. “투표 포기는 주권을 포기하는 것” “선투표 후욕설” “88만원세대 88% 기록하자”와 같은 투표를 독려하는 트윗 글도 활발하게 퍼져 나갔다. 오후 5시 이후 투표 참가자가 몰린 것을 트위터 효과로 보는 분석도 있다.

한편 트위터 선거혁명을 단정하기는 아직은 섣부르다는 주장도 있다. 우선 트위터 사용자가 아직은 60만 명 내외에 불과해 선거 향방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부족하다. 노회찬·유시민과 같이 가장 많은 팔로우어를 가진 후보들이 낙선한 것도 트위터 효과가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둘째로,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20대 투표율은 여전히 전체 투표율보다는 한참 낮은 30%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를 통한 투표 독려 캠페인이 별 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2년 후 총선과 대선에서 트위터의 영향력은 어떨까? 6·2 지방선거는 트위터 선거혁명의 가능성을 보여준 전주곡에 불과하다. 이번에 드러난 트위터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그 꿈틀거리는 모습에서 향후 만만치 않은 위력을 보일 것을 충분히 전망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트위터가 ‘투표 인증샷’이라는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든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간 20, 30대의 낮은 투표율을 보면서 젊은 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한 것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정치적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토론하고 촛불집회에 나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보면 젊은이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성보다는 감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선거는 형식적이고 무미건조한 정치적 의무에 지나지 않았다. 내 한 표가 갖는 힘도 너무나 미미해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 이들은 ‘투표 인증샷’ 놀이를 통해 자신들의 방식으로 투표에 참가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들에게 투표는 권리이자, 트위터 공간에서의 놀이였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인증샷을 퍼트리고 유명 인사들이 내놓은 경품행사에도 참가했다. 놀이 차원의 투표였다면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나는 수준 낮은 정치참여인가? 꼭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이성과 감성이 결합된 유희적 참여는 서구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정치참여 방식이다. 주어진 의무와 규범을 거부하면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디지털세대의 문화다.

세상이 바뀌고 정치참여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디지털 세대의 유희적 정치참여가 제도정치와 길거리 정치 사이의 간격의 골을 메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