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추천입학제 도입하는 과학영재교육원 올해 입시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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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대 과학영재교육원 학생들이 고추의 색을 결정하는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세포관찰을 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전국 25개 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원(초·중 과정)이 올해부터 선발시험을 폐지하고 관찰·추천·서류·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최소 6개월~1년 이상 관찰해 영재성을 판별하겠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관심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체험학습·독서 등 평소 자신의 이력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글= 정현진 기자
사진= 김진원 기자

기초·심화·사사 과정 나눠 체계적 교육

관찰추천입학제는 초·중 영재교육의 모든 과정에 도입된다. 영재학급과 시·도 교육청 과학영재교육원은 올해 16개 시·도 시범지역에서 관찰추천입학제를 운영한 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원은 당장 올해부터 관찰추천입학제로 전체 정원 6025명을 선발한다.

교육과학기술부 창의인재육성과 한성일 사무관은 “영재교육이 체계성을 갖춰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정형화된 영재교육의 과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진 기초·심화·사사(담당교수의 개인지도) 과정이 각 영재교육기관에 혼재돼 운영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초과정은 지역의 영재학급에서, 심화·사사 과정은 시·도·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원에서 담당한다는 그림이다. 일선 학교와 영재학급에서 영재성을 인정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더 수준 높은 영재교육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전국 시·도·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원에 입학하기 위해선 영재학급을 수료하거나 일선 학교에서 영재성을 인정받아 교육청 추천 인원에 포함돼야 한다.

지난달 17일 발표된 서울시교육청의 서울대·연세대·서울교대 과학영재교육원 입학전형안을 보면 이런 내용을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서울교대는 초등 4~6학년 과정을, 서울대·연세대는 중학교 교육과정만을 운영한다. 지원자격도 영재학급 등의 영재교육기관과 서울시교육청의 추천을 받은 학생으로 제한하고 있다. 추천서와 자기소개서, 학생기록물이 중요 서류로 활용되며 선발시험은 전부 폐지된다. 올 11월 영재교육기관·학교장 추천으로 1차 추천을 받고, 12월 서울 11개 지역 교육청별로 추천 인원을 선별한다. 내년 1~2월 대학별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최종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담임·영재교사의 평가 내용 중요도 커져

부산대·울산대·충남대 등 일부 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원은 영재학급과 시·도 과학영재교육원 수료자에게만 지원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장·교육청의 직접 추천을 허용하는 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원의 경우에도 영재학급 수료자가 더 유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서울교대 과학영재교육원 김갑수 원장은 “영재학급 수료 자체가 경력으로 인정돼 점수로 반영되지는 않는다”며 “담임·영재교사의 추천내용이 가장 중요한 전형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재학급 수료자가 그에 걸맞은 영재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도리어 학교 추천 학생보다 더 불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선 학교 교사 중 연수과정을 거쳐 각 학교에 배치되는 영재교사는 학교 수업을 참관하며 담임교사·학생·학부모와 수시로 상담한다. 대상 학생의 수업참여태도·과제집중력·일관성·학업성취도·창의력 등을 학교 수업 안에서 관찰·평가한다. 문제풀이 능력이 아닌 관심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열정과 집중력을 기록하는 것이다. 방과후 수업, 독서이력, 체험학습 등 학교수업과 연관된 다양한 경험도 중요해졌다. 교과부는 이런 영재교사를 전국 초·중학교에 한 명씩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경우 올 9월부터 581개 모든 초등학교에서 영재교사가 활동을 시작한다.

일관적이고 적극적인 체험활동기록 필요

이처럼 꾸준한 관찰기록이 중요해지면서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www.edupot.go.k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학생들이 체험학습·봉사활동·방과후 활동 등을 직접 입력하고 이를 담임교사가 승인·지도해 주는 것이다. 학생이 별도로 계획을 세워 수행한 것도 입력할 수 있어 관심분야에 대한 적극성·일관성을 보여주기 좋다. 현재 중·고교에서만 활용되지만 내년부터는 초등학교에도 도입된다.

독서이력 관리도 중요하다. 독서교육지원시스템(reading.go.kr)을 이용하면 관심분야에 대해 추천도서목록을 얻을 수 있고 독후활동관리도 쉽게 할 수 있다. 서울 아주중 이홍배 자연과학부장은 “관심분야에 대한 생각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독서활동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뉴턴이 어떤 현상을 보고 물리법칙을 고민했는지를 떠올리며 생활 속에서 적용사례들을 찾아보는 식으로 탐구활동을 수행하라”고 조언했다.

실험·실습·주제탐구 보고서 등 학생기록물에 대한 준비도 철저해야 한다. 중등와이즈만 입학사정연구실 변익상 실장은 “향후 2~3년 동안 영재교사들의 영재 평가 역량이 쌓이기 전까진 학생 기록물이 입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험을 설계하고 반복실험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은 기본적인 수학·과학적 학습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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