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박물관,유물 55년간 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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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립중앙박물관이 해방 직후 조선총독부로부터 건네받아 정리조차 하지 않은 유물 2천1백40상자 중 3백25상자를 표본조사한 결과 86.4%인 2백81상자의 유물이 심하게 부식되거나 부스러진 상태로 드러났다.

또 1991년부터 10년간 발굴한 문화재 2만5천점(1백56건)은 발굴 관련 문서가 분실돼 국가에 귀속할 수조차 없게 됐다.

남원 광한루(보물 316호)는 본루(本樓)가 기우는 등 구조적 문제가 있었음에도 96년 1억6천만원을 들여 기와지붕을, 99년 1억3천만원을 들여 마루 귀틀을, 2000년엔 2억1천만원을 들여 왼쪽 추녀 부분만 고치는 데 그쳤다.

한나라당 안영근(安泳根)의원은 17일 지난해 6월 감사원이 문화재청·국립중앙박물관 등 7개 기관에 대해 벌인 감사 결과를 넘겨받아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조선총독부 유물 가운데 보통의 보존상태를 보이는 것은 불과 6.7%인 22상자에 불과했다. 철제류 유물의 경우 81상자가 모두 부식됐거나 부스러졌으며, 금동·청동 유물도 전체 1백상자 가운데 단 한 상자만 보통의 보존상태를 보였다.

또한 감사원이 2000년 문화재 보수사업(8백28억원)에 대해 분석한 결과 49.6%가 불요불급한 사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찰 다섯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해남 대흥사가 공사 업체에 9천5백만원만 주고도 1억5천만원을 준 것처럼 보고하는 등 공사비 내역의 24.7%(10억9천만원 중 2억6천만원)가 거짓이었음도 밝혀졌다.

문화재청은 98년 보수가 시급하다는 판정을 받은 20개 문화재에 대해 "중요성이 낮다"며 보조사업 대상에서 뺐다. 또 90년 통일신라시대 고분이 있는 양산 북정리 고분군에서 금동관 등 1천3백53점이 출토됐으나 일부 지역을 사적지에서 해제했다가 4년 만에 재지정하기도 했다.

칠백의총관리소는 치제문(보물 1007호의 하나)을 전시관 창고안 캐비닛에 보관했고, 공주박물관은 박물관 지하복도나 박물관 뒤뜰 컨테이너에 유물을 쌓아놓았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또한 "목죽초(木竹草)류나 칠기 유물은 보존처리한 뒤 보관해야 하나 현재 인력으론 유물대장에 등록된 것만 보존처리하려 해도 20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분류정리조차 안된 문화재가 13만4천여점에 달해 실제 보존처리를 해야하는 것이 어느 정도일지 대책조차 수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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