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하나가
창틀에 터억
걸터앉는다
잠시
나의 집이
휘청 - 한다
-강은교(1945~ ),'빗방울 하나가.1'
이런 시의 광대한 여백 속에서는 간혹 빗방울 하나가 집채만해진다. 화한 박하냄새가 투명하게 퍼지는 듯한 이런 순간이면 나도 문득 시가 뭔지 알 것 같다. 잠시, 작은 빗방울 속에서의 도통(道通). 그리고 휘청-하던 우리의 집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그 황홀했던 순간이 잊히지 않아 자꾸 뒤돌아본다. 미시령 노을 언저리에서 먼지처럼 가벼워진 이성선 시인이 화답한다."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 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고.
김화영<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