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죽음의 질' 생각할 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김정수 정책기획부 기자

"남의 일 같지 않아 심란해졌다. 그런데 적절한 대안이 없는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김진영.31.주부)

본지가 지난 6일부터 3일간에 걸쳐 연재한 '생의 마지막 길 편하고 품위있게' 시리즈에 대해 독자들은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

아울러 말기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와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외롭게 죽어가는 데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취재하는 동안 연방 가슴을 치게 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의 8.7%. 이 가운데 약 87%가 이런저런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시리즈에선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치매.중풍.암환자 위주로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관절염.당뇨병.백내장.소화기 질환 등으로 거동.식사.목욕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고 있는 노인도 많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들의 간병을 고스란히 가족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문제는 그 가족마저 해체 위기에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체 자살자 가운데 61세 이상 노인이 28%로, 3년 전에 비해 1.5배 늘어난 3653명이었다는 경찰청 통계도 곱씹어볼 만하다.

'웰빙' 열풍이 상업화하는 한편에선, 늙고 병들어 외롭게 죽어가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게 우리의 어두운 현실이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15년 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던 일본은 이른바 '골드플랜'을 수립, 노인을 위한 시설과 서비스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 쩔쩔매고 있다.

반면 올해 우리나라 정부 예산 가운데 노인 복지와 관련된 돈은 겨우 0.4%. 전체 복지회계 예산의 5%를 조금 넘는 정도다. 발등의 불을 끄기에는 어림도 없이 작은 규모다.

시민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자기는 편하고 품위있게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노인요양 시설은 '혐오시설'이라며 건립을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함께 죽음의 질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김정수 정책기획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