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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일본 총리, 주중 대사에 기업인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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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새 총리가 올여름 교체되는 주중 일본대사에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71·사진) 이토추(伊藤忠)상사 고문을 기용하기로 했다. 일본이 1972년 일·중 국교정상화 이후 직업 외교관이 아닌 민간인을 중국 대사에 발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 정부는 이런 방침을 굳히고 조만간 중국 정부에 사전 승인(아그레망)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지지(時事)통신이 7일 보도했다.

니와 주중 일본대사 내정자는 이토추에 입사해 사장과 회장을 지낸 뒤 현재는 상담역(고문)을 맡고 있다. 그의 중국 대사 기용은 미·일 동맹과 함께 중·일 외교를 중시하는 간 내각이 민간인 외교관을 통해 중국 교류를 활성화하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 일 정부는 덕망이 높고, 글로벌 기업인 이토추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니와 고문이 일·중 경제 교류와 인적 왕래를 더욱 긴밀하게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외무성 관계자는 전했다.

일본에서 존경받는 기업인 중의 한 명인 니와 고문은 정계에도 발이 넓어 역대 총리들과 두루 친분을 맺어왔다. 올 3월까지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부의 지방분권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지방분권 활성화 방안을 제안해왔다.

니와 고문은 일본에서 상인의 고장으로 유명한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의 서점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 나고야대 법학과에 재학 중일 때는 일본의 안보 체제를 둘러싼 학생운동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62년 이토추에 입사한 뒤로는 철저한 실용주의자가 됐다. 경영 수완이 뛰어나 98년 사장에 취임했을 때는 막대한 부채를 해소하고 3년 만에 사상 최대인 705억 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는 ‘깨끗하게(청렴하게), 바르게, 아름답게’를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약속이 없으면 이토추의 자회사인 패밀리마트에서 도시락을 직접 사서 점심으로 먹으며, 지하철로 출근한다. 거만해지지 않고 평사원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한 생활철학이다. 지금도 17년 된 도요타자동차의 소형차 코롤라를 몰고 다닌다.

평소 경험을 책으로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성공의 비결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대표작이다. 지난달 펴낸 『젊은 사람들을 위한 일하는 방법』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입사해서 2~3년은 이 악물고 일하라”며 “능력이 부족해서, 학력이 뒤처져서 일을 못하겠다는 생각은 버려라”고 강조한다. 그는 “그저 한걸음씩 나가다 보면 두 걸음째에는 벌써 경치가 바뀌는 법”이라며 노력형 인간을 높게 평가한다.

니와 고문은 한·중·일의 정치·경제·학술 분야 지식인들로 구성된 ‘한·중·일 30인 회의(일본에서는 현인회의)’ 고정 멤버다. 이 회의는 중앙일보와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중국 신화사가 매년 공동 주최하고 있다. 나라별로 돌아가며 열리는 이 회의는 올 4월 일본 나라(奈良)에서 열렸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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