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추첨해 보너스 이자 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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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시중은행들이 특판예금을 대체할 예금상품을 내놓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반 정기예금보다 금리를 더 얹어주는 특판예금 형태로 고객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4%선을 웃돌던 특판예금 금리는 최근 3%대로 내려앉았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8일 내놓은 특판예금의 금리도 최고 연 3.9%다.

◆ 특판 대안 상품=우리은행은 만기 한달 전에 추첨을 통해 당첨된 고객들에게 많게는 3.7%까지 금리를 더 주는 '당첨부 정기예금'을 최근 내놨다. 첫날에만 115억원어치를 파는 등 비교적 반응이 좋다. 이 예금상품은 말 그대로 복권 방식을 가미한 예금상품이다.

기본 금리(6개월 연 2.8%, 1년 연 3.0%)를 보장하되 추첨을 통해 가입고객 50%에겐 보너스 이자를 추가로 지급하는 구조다. 1년 만기 상품의 경우 전체 2%에 해당하는 1등에겐 연 6.7%를, 2등(전체 8%)은 연 4.7%, 3등(전체 40%)에겐 3.7%의 이자를 준다. 이 은행 개인영업전략팀 김종득 차장은 "당첨되지 않은 고객 50%에 대해서도 확률보험에 무료로 가입시켜 추첨 당일 비 또는 눈이 올 경우 연 0.3%에 해당하는 보험금도 추가로 준다"고 말했다. 총 4000억원 한도로 한달간 판다.

주가나 환율에 연동되는 예금상품은 실적이 좋지 않아 어느 때보다 원금보장을 강조하는 추세다. 한국씨티은행이 6일 내놓은 아시아 주가지수 연동예금은 원금만 보장할 뿐 최고 이자율이 얼마나 갈지 제시하지 않았다. 한국.홍콩.싱가포르.대만의 50개 대표기업으로 짜인 이른바 'S&P 아시아 50'지수의 상승률에 따라 수익이 결정난다. 외환은행도 원금은 보장하면서 미국 달러 환율에 연동해 최고 연이율 9.0%까지 이자를 주는'베스트 초이스 환율 연동 정기예금'을 오는 16일까지 판다.

◆ 자세히 뜯어보니=은행들이 특판예금 대안으로 선보이는 예금상품은 추첨 등 확률에 따라 고객들의 금리가 갈리는 '요행'을 가미한 상품이다. 우리은행이 내놓은 '당첨부 정기예금'만 해도 기본금리를 일반 정기예금(연 3.4~3.6%)보다 훨씬 낮게 잡고, 여기서 생기는 예대마진 여유를 일부 고객에게 추첨해 몰아주는 형태다.

조성환 외환은행 PB사업부 차장은 "환율 또는 외환 연동상품도 최근 수익률이 들쭉날쭉하는 등 안정성이 떨어지자 원금보장형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며 "제시된 목표 수익률과 실제 수익률은 분명 다르다"고 강조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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