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신승남 친분 확인 점점 커지는 압력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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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형택씨가 지난해 신승남 전 검찰총장과 골프 모임을 가진 사실이 새로이 드러나면서 당시 씨가 이용호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노력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더 짙어졌다.
현재까지 그에게 제기된 의혹은 이용호씨 구속(지난해 9월 4일)이후 愼전총장의 동생 승환씨의 통장을 압박 수단으로 삼아 수사 중단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통장은 승환씨가 이용호씨에게서 받은 5천만원이 입금된 통장이다.
그런데 그보다 앞서 골프 회동이 있었던 것이다. 골프 회동 사실만으로 의혹을 씌우기는 어렵다. 또 당시 씨가 愼전총장에게 어떤 요구를 했는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그 회동을 두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할 중요한 단서로 본다.
골프 약속이 이용호씨 구속 이전인 검찰의 내사 단계에서 이뤄졌다는 점, 그리고 두 사람이 愼전총장의 말처럼 '단지 아는 사이' 정도를 넘어선 관계를 유지했을 가능성 때문이다.
특검팀은 이에 따라 씨가 愼전총장과 골프 등의 만남에서 이용호씨에 대한 선처 부탁을 시도했으며, 그후 이용호씨가 구속되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골프 회동 때 이용호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 파악과 함께 자신이 이용호씨 사건에 관련돼 있음을 검찰이 알고 있는지도 탐색하려 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용호씨 구속 이후 자신에게 수사망이 좁혀오자 직접 나서 愼전총장에게 통장의 존재 사실을 알리고 수사 중단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씨가 愼전총장과 골프 회동을 한 며칠 뒤 '승환씨 통장'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측근들에게 "외부에 알려지면 큰 일이다.(愼전총장도)아셔야 할텐데"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주변 사람에게서 확보했다.
특검팀은 또 씨가 이용호씨의 구속 직후부터 측근들과 수사 상황에 대한 대책을 협의했던 정황을 상당 부분 포착한 상태다.승환씨 통장의 존재 사실을 金모씨를 통해 愼전총장에게 전달되도록 시도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와 ROTC 동기생으로 알려진 金씨는 그러나 4일 밤 특검팀 조사에서 "愼전총장에게 통장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대검 중수부의 소극적인 수사 배경에도 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시 중수부는 이용호씨의 주가 조작·횡령 혐의를 수사하면서 정작 2백56억원대의 주가 차익을 챙긴 소재가 된 보물 발굴 사업, 그리고 보물 사업으로 이용호씨와 연결됐던 씨에 대해선 수사하지 않았다.
중수부는 씨가 국정감사 때 "2000년 7월 이용호씨를 만났고, 그 후 보물 사업을 소개시켜 줬다"고 시인한 뒤에야 소환해 결국 무혐의 처리했다.
이런 석연찮은 부분들을 털어내려면 결국 愼전총장에 대한 직접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특검팀의 입장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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