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걸릴 확률 예측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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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내가 장래 간암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간암이 발생할 확률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내과 한광협·의학통계학과 김동기 교수팀은 한국인의 간암 발생 예측모형을 개발, 최근 열린 대한간학회에서 발표했다.| 한 교수팀은 1990년 1월부터 98년 12월까지 이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4천3백여명의 간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위험요인이 있을 때 간암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예측할 수 있는 통계학적 공식을 고안해낸 것.

<표 참조>
한 교수팀은 이번 조사에서 ▶간 경변▶B형 간염▶C형 간염▶40세 이상▶남성▶혈액 중 간효소 수치인 ALT(과거 GPT)의 상승▶초음파 이상 소견▶5년 이상 매일 소주 1병 이상 음주▶혈액 중 태아 당단백 검사 수치의 상승이 간암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중 가장 간암 발생률을 높이는 것은 간 경변이었다. 간 경변은 단순한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에 비해 간암에 걸릴 확률이 5.6배나 늘어나는 위력을 보였다. 보균자 중 간염으로 악화된 사람은 단순 보균자보다 간암 확률이 2.1배 증가했다.
참고로 단순 바이러스 보균자는 정상인보다 간암에 걸릴 확률이 수십배 정도 높다.
간염 중에선 C형 간염이 간암에 걸릴 확률을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B형이나 C형이 아닌 간염에 비해 C형 간염은 3.5배, B형 간염은 2.2배 간암 확률이 높아졌다.
가장 확률이 낮은 경우는 이들 위험요인이 한 가지도 없는 경우로 이때 간암이 발생할 확률은 0.19%에 불과하다.
이들 위험요인을 모두 갖고 있을 때는 간암 발생률이 69.3%에 달한다. 위험요인이 하나도 없는 경우에 비해 간암 발생률이 무려 3백65배나 증가하는 셈이다.
눈여겨볼 것은 음주나 B형 간염,ALT 수치의 상승이 간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낮다는 것.
예컨대 34세 남성이 만성 B형 간염을 앓고 있고 하루 1병 이상의 소주를 5년 이상 마셨으며 ALT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경우 간암 확률은 2.8% 정도다. 여성의 경우 확률이 더욱 감소한다.
반면 남성이면서 나이가 많고 간 경변이 있는 경우 간암 확률이 대폭 증가한다. 63세 남성으로 C형 간염에 의한 간 경변이 있는 경우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다른 검사 수치가 정상이라도 간암에 걸릴 확률이 49.7%로 증가한다.
한편 녹즙 등 간염 환자들이 즐겨 찾는 건강보조 식품은 간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직경 3㎝ 이내의 조기 간암은 수술 등 치료를 통해 50%정도 완치가 가능하다"며 "간 경변 등 위험요인이 있는 고령 남성이라면 6개월에 한번씩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하도록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사례별 간암 발생 확률>
1. 위험 요인이 전혀 없는 경우-0.19%
2. 34세 남성 B형 간염 환자로 하루 1병 이상 소주 마셨고 ALT 수치가 상승한 경우-2.8%
3. 60세 여성 B형 간염 환자로 ALT 수치가 상승한 경우-5.4%
4. 43세 여성으로 B형 간염에 의한 간 경변 있는 경우-22.6%
5. 63세 남성으로 C형 간염에 의한 간 경변 있는 경우-49.7%
자료:연세대의대 한광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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