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노래와 음식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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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혼자 사는 사람이 무슨 요리냐구요? 어어, 모르시는 말씀! 요리야말로 초라하지 않은 싱글이 되기 위한 기본 덕목이죠."
새 앨범 '디 엔드'로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 가수 이현우는 "요리에 재미를 붙이면서 쓸쓸한 시간이 사라졌다"고 요리 예찬론을 펼쳤다.
올해 서른여섯살의 이 노총각은 독신 생활 속에 연마해온 요리 실력을 발휘해 지난해에는 『싱글을 위한 이지 쿠킹』(웅진닷컴)이라는 요리책까지 내놨다. 북어 양념구이·오코노미야키 등 전업 주부도 좀처럼 시도하기 어려울 법한 요리까지 소개했다.
그에게 "정말 다 할 줄 아느냐"고 캐물었더니 정색을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터득한 요리법들이에요. 결혼한 제 친구들 중엔 제가 만든 버몬트 카레라이스가 먹고 싶다고 아내 몰래 찾아오는 녀석들도 있다니까요."
지난달 29일 그를 만난 곳은 서울 신사동 안세병원 건너편의 회원제 클럽 '더'. 지난해 말 문을 연 이곳은 카페도 바도 아닌 좀 독특한 곳이다. 평소에는 영업을 하지 않고, 비정기적으로 회원들만을 상대로 파티를 연다.
이현우는 신곡 '슬픈 이야기'의 뮤직 비디오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전문 인테리어 업체가 운영하는 곳답게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공간이 맘에 들어요. 저도 집안에 물건이 많은 건 딱 질색이거든요. 텅 비어 있는 듯한 회색 공간의 아름다움이라고 할까요."
샴페인 잔을 든 그에게 자신만의 요리 원칙을 알려달라고 하자 준비했다는 듯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요리라는 게 음악 만들기랑 비슷한 면이 있어요. 어떤 공식이나 남의 비법을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저런 요리를 만들다 보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요리를 찾게 되지요. 실무적으론 육수나 멸치국물 등을 미리미리 만들어 냉동시켜 놓고 다양하게 사용하는 게 제 비법입니다."
그가 겨울밤을 보내는 싱글을 위해 간단히 추천하는 요리는 '라면탕'. "얼큰한 라면 국물에 적당히 녹말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만드세요. 해산물· 대파 등을 푸짐하게 넣고 고춧가루도 한 스푼! 간단한 소주 안주로도 그만이죠."
"올해는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공연에 좀더 치중할 생각"이라는 그는 오는 16일 울산을 시작으로 주말마다 전국을 돌며 14개 도시 순회공연에 나선다.

글=최재희·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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