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전립선염 vs. 전립선비대, 제대로 알고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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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택 한의사

은퇴 후 자영업을 하고 있는 P씨(57)는 최근, 자다가 소변을 보러가기 위해 자주 깨는 것 때문에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지난 몇년간 소변 횟수는 점점 많아지고 한 번에 보는 양은 줄어든다 싶더니, 재작년부터는 단지 소변 때문에 밤에 깨어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줌발도 가늘어졌고, 무엇보다 소변을 보려면 5초 가까이 기다려야 겨우 나오면서 빨리 끝내고 싶은데 찔끔찔끔 끊기며 다 보고 나서도 찝찝한 느낌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러다 주위에서 전립선이 비대된 탓이라고도 하고 전립선 염증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어서 걱정스럽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남성에게 빈뇨, 야간뇨, 지연뇨, 잔뇨 등의 소변 이상이 발생했을 때 가장 의심해볼만한 것은 역시 전립선의 문제이다. 전립선이 커져서 방광과 요도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소변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립선염과 전립선비대증에서 모두 이런 소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자칫 혼동하기 쉬운데 각각의 질환에서 전립선이 커진 원인은 서로 다르고 치료의 방향 또한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전립선염의 경우 전립선에 염증성 변화가 일어나 혈관 투과성이 증가하고 주변 조직에 부종이 생겨 전립선이 커지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부어서 커진 것이다. 그에 비해 전립선비대증에서는 염증 등의 병적인 변화가 없이 실제로 전립선 조직 세포가 증식하여 전립선의 질량과 용적이 증가한다. 부어서 커진 게 아니라 실제로 조직 자체가 늘어난 것이다.

남성의 전립선은 연령이 증가하면서 증식을 통해 계속 커지는 것이 보통이다. 즉 나이를 먹으며 전립선이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노화의 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전립선이 비대해졌다 해도 그것 때문에 소변 이상 등 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점이 없다면 병이라 할 수 없고 치료의 필요성도 크지 않다. 그에 비해 전립선염의 경우 병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일찍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생활 속에서 전립선염과 비대를 구분하는 증상의 특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소변 증상만으로는 가려내기 어려운 전립선염과 전립선비대증이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통증의 유무이다. 전립선에 염증이 생긴 경우 하복부, 회음부, 요도, 고환, 항문(미골), 서혜부 주위에 다양한 형태의 불쾌감과 통증이 발생한다. 묵직하거나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격통이 있는가 하면, 약간 근육이 당기는 느낌에 그치거나 뭔가가 들어차있는 이물감 수준인 경우도 있다. 물론 모든 전립선염에 통증이 반드시 동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립선비대증에서는 통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립선 석회화를 동반하는 경우 비대증에서도 드물게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경우 결국에는 결석의 영향으로 비대와 염증을 겸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기 쉽다.

발병하는 연령대에서도 차이점이 있다. 전립선비대증이 40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50~60대 이후의 연령에 주로 분포하는데 비해, 전립선염의 경우 30~40대를 중심으로 전 연령대에 걸쳐 분포하며 20대 초중반, 심지어 1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도 심심치 않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40대 이전에 전립선비대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드물지만, 50대 이후에 전립선염이 생기는 경우는 간혹 있으므로 중년을 넘겼다 해도 하복부, 회음부, 고환 등의 통증을 동반하는 소변이상 증후를 경험한다면 전립선의 염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치료 측면에서도 두 질환은 차이를 보인다. 전립선비대증을 한의학적으로 치료하는 경우 전립선의 크기 자체를 완전히 줄이는 것은 어렵다. 약간은 감소시킬 수 있겠지만 이미 세포 자체가 증식된 상태이기 때문에 젊은 시절 수준으로 돌릴 수는 없다. 다만 괄약근 조절능력을 높이고 방광과 요도에 대한 골반조직의 긴장을 감소시켜 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정도로 소변 이상을 회복시키는 것은 가능하며, 치료 목표 또한 이러한 증상의 관리와 조절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전립선염의 경우 전립선의 부종을 해소하여 주변 조직에 대한 압박을 줄임과 동시에 전립선 역시 원래 크기와 형태로 되돌리고 기능을 회복하는 것까지를 치료의 목표로 삼는다. 즉, 건강한 예전 모습으로의 온전한 회복이 목표가 되는 것이다.

막상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도 없고 구별도 어려운 것이 전립선 질환이다. 증상은 비슷하다 해도 실제 원인과 치료 목표, 치료 방법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섣불리 판단하기 전에 정확한 최종적 판단은 전문가의 도움을 얻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한의사 이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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