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내려치는 "얍~" 소프라노 일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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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야~앗 머리, 야~앗 손목." 땀과 열기로 가득찬 검도(劍道)도장. 군청색 도복을 입은 수련생들이 뱉어내는 고함소리가 40여평의 자그마한 공간을 울린다. 앳된 중학생 수련생부터 30대 중반의 직장여성까지 다양하다.| 5백10g의 죽도(竹刀)에 정신을 집중시켜 타격대(폐타이어로 만든 도구)를 앞에 두고 머리 치기와 손목 치기에 여념이 없다. 한 쪽에서는 제대로 호구(護具)를 착용한 여검사(劍士)들이 대련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 여대생은 물론 직장여성들 사이에서 검도 배우기 열풍이 뜨겁다.
전국엔 6백여개의 검도 도장이 있다.대한검도회(www.kumdo.org·02-420-4258)산하다.일부 학교와 직장에도 동호회가 있다.
약 50만명의 동호인들이 '검선일치(劍禪一致·검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이중 여성 동호인 수는 10% 내외인 것으로 추산돼 그 열기를 짐작케 해준다.
서울 시내 1백개 도장 중 여성 수련생이 많다는 제심관(마포구 공덕동·02-3273-3355·www.kumdo.com).
미술학원을 다니다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했다는 아홉살 짜리 강재민(공덕초등학교 3년)군부터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김해경(35·여)씨까지 수련생들이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쉴 새 없이 몸을 놀리고 있다.
입문 3개월의 권윤정(28·여·LG CNS)씨는 "헬스클럽도 다녀봤지만 혼자 운동을 하다보니 나태해지게 된다.그러나 검도를 배워보니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데 이만큼 좋은 운동은 드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자기 개발과 체력 단련을 위해 빠지지 않고 배우러 온다"고 했다.
검도를 배운 지 반년이 지났다는 양해림(여의도중1)양도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배울수록 정신이 집중돼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고 체력도 훨씬 좋아졌다"고 말한다.
검도는 유도·태권도처럼 예()를 갖추고 정신을 집중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아가 직립(直立)자세에 신체 접촉이 없고 부드러움을 요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여성에게 적합하다.
검도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균형을 유지하면서 몸을 이동하는 것이다. 입문하면 일반 걸음이 아니라 밀어 걷기(뒷발로 바닥을 밀면서 발의 형태를 바꾸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동작)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죽도로 몸을 푸는 동작과 찌르기·치기 등 죽도 사용법을 익히게 되는데 두달이면 5급에 오르고 비로소 호구를 착용할 수 있게 된다.
검도는 유독 고함을 많이 지르는데 이는 단전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다. 단전에 힘을 넣으면 신체 다른 부위의 힘이 빠져 부드러워지고 중심을 잘 잡을 수 있게 된다.
죽도는 왼손으로 잡고 오른 손은 보조 역할을 한다. 내리치는 속도는 태권도의 뒷발차기보다도 빠르다고 한다. 도끼로 찍듯 하는 게 아니라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치기 때문에 자신이 필요로 할 때 멈출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검도를 배우다 보면 마음으로 사물을 보는 '심안(心眼)'을 기를 수 있다고 한다.눈앞에 보이는 대상은 물론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적도 제압하는 경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
공인 4단인 제심관 한영숙(32·여)사범은 "여성은 남성보다 힘이나 스피드에서 떨어진다. 그러나 여성 특유의 유연성으로 상대방의 힘을 역으로 이용하면 능히 제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이 배우기 쉬운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여성회원 중 일부가 나약함을 보이기는 하지만 강하면 부러진다는 교훈을 되새겨 보자"고 말한다. 그는 이어 매일 1시간을 투자하면 군살이 빠지고 얼굴도 예뻐진다는 검도 예찬론을 폈다.
장비값은 도복이 4만원, 죽도는 1만5천~2만원이다. 호구(호면·갑·갑상·호완)는 30만~50만원 정도. 각 검도장의 강습료는 월 8만~9만원선으로 매일 1시간씩 연습을 한다. 직장인을 위해 토·일요일 주말반도 운영한다. 보통 1년 정도 꾸준히 연습하면 초단을 따게 된다.
그러나 검도에 입문해 호구를 착용하기까지 두달간은 타격대를 놓고 머리치기 등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지루함을 못이겨 중도 탈락하는 수련생이 종종 생긴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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