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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내실 있는 G20 재무장관 회의가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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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4일부터 이틀간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이 의장국을 맡아 세계 경제 현안을 조율한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진(餘震)에다 유럽발 재정위기까지 가세하면서 경제 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가운데 열리는 중요한 회의다. 참석자들 앞에는 쉽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금융위기 전염을 막기 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재정건전성 강화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한다.

금융안전망 설치는 국제적 금융규제를 의미한다. 미국·영국·독일은 은행세를 도입하자는 쪽이다. 다른 나라들은 일부 금융파생상품에 세금을 매기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외국자본의 급격한 이동을 막는 데 치중하고 있다. 은행의 외화 차입을 포함한 비(非)예금성 부채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국제공조를 통해 이런 다양한 입장들을 조율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과제는 난해한 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다.

남유럽 재정위기는 재정건전성 강화라는 새로운 숙제를 던졌다. 단순히 재정적자를 줄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경제성장과 조화를 이뤄낼지 입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앞다투어 고강도 재정 긴축에 나설 경우 세계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해법을 국제공조를 통해 찾아내야 한다. 재정적자가 과도한 나라는 재정긴축을,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나라들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는 이원적 접근도 하나의 방법이다.

금융안전망 구축과 재정건전성 강화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구조적인 문제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도 다르다. 이번에도 일괄적인 규제보다 큰 틀의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논의가 이뤄질 게 분명하다. 그러나 숙제를 풀려면 한걸음씩 전진하는 게 중요하다.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낮은 수준부터 차근차근 합의를 이뤄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11월의 서울 G20 정상회의도 내실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도 한국적 현실을 반영하면서 회의 의장국으로서 최대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