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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강남 집값이 비싼 게 전쟁 공포 탓이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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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안티 이코노믹스
백우진 지음, 필맥
291쪽, 1만4000원

“서울에서 한강 이남의 부동산 가격이 유난히 비싼 것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한국인들은 북한이 침공하면서 서울까지 쉽게 진격해 오더라도 한강에서는 주춤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전한 강남을 선호하는 것이다. 결국은 한국에 평화와 통일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니 그때를 대비해 강북의 부동산을 사두면 좋겠다.”

어느 얼치기 투자 분석가가 인터넷에 올린 이야기가 아니다. ‘상품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1999년 한국을 방문한 뒤 남긴 말이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설립, 10년 동안 4000%란 기록적인 수익률을 올린 그였지만 정작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은 형편없었다. 이 책은 이런 소위 전문가 집단, 경제학자들의 ‘예측’이란 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꼬집고 있다.

주가 예측에 성공한 애널리스트가 단숨에 스타가 되고, 위기를 예측했다는 경제학자는 전세계 강연회에 불려 다니며 금세 석학 반열에 오른다. 그러다 보니 경제 전문가들은 각종 수치가 수반된 전망을 내놓으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뽐내기에 바쁘다. 그러나 이런 경제학자들의 태도는 사주팔자를 보는 점쟁이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비관론을 내놓은 뒤 경기가 풀리면 “내 지적대로 문제를 잘 해결한 결과”이고, 경기가 나빠지면 “내 지적이 정확히 맞은 결과”라고 주장하면 그만이란 것이다.『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한 장하준, 『상식 밖의 경제학』등으로 행동경제학을 설파한 댄 애리얼리 등 유명 경제교수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논쟁을 일으키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무작정 전문가들의 미래 전망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바라보자는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만하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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