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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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자의 눈물을 도마에 올린 속담들은 무수히 많다. '눈물은 여자의 웅변술'(프랑스), '아침비와 여자의 눈물은 금방 마른다'(체코), '여자의 눈물과 다리 저는 개는 눈속임이 절반'(영국), '현명한 사람은 여자의 눈물을 그저 물이라고 생각한다'(러시아)….
이름깨나 알려진 남성들도 다투어 비꼬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여자의 눈물에 속지 말아라"고, 소크라테스는 "마음대로 우는 것은 여자의 천성"이라고 근엄하게 설파했다. 매독에 걸려 비참한 말년을 맞은 탓인지 니체는 더 독을 품었다. "남자는 상대에게 고통을 주었다고 생각해 울지만, 여자는 상대를 충분히 괴롭히지 못했다고 느껴 눈물을 흘린다"고.
여성에게 눈물이 더 많다면 아마 선천적으로 정서·감각적 능력이 남성보다 발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수십년 동안은 남녀의 차이가 후천적인 환경 탓이라는 주장이 성행했다. 남성이 주도하는 정부·학교·종교·사회단체들이 여성을 끊임없이 내리깎고 억눌러왔기 때문에 능력을 개발할 여지가 없었다는 인식이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남녀의 뇌기능 차이 연구는 '선천적인 다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 주었다. 인간의 두뇌는 지난 수백만년간 남성은 사냥꾼 역할, 여성은 양육 겸 둥지보호 역할에 맞게 진화해 왔다는 결론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사냥꾼답게 공간지각 능력이 우수하다. 그러나 양육자인 여성은 분위기나 상대의 미묘한 태도변화를 재빠르게 알아챈다. 여성의 시야는 1백80도에 가까울 정도로 넓다. 둥지로 살금살금 기어드는 침략자를 신속히 발견해야 하니까. 그러나 먹잇감에 집중해야 하는 남성은 시야 폭은 좁지만 원거리까지 정확히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남성은 멀리 떨어진 술집은 잘도 찾아가면서 집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식물을 찾는 데는 서투르단다. (앨런 피즈·바버라 피즈 공저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다나카 마키코 전 일본 외상이 기자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고,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가 "눈물은 여성의 무기"라고 촌평했대서 일본 여성의원들이 발끈했다고 한다. 남의 나라 일이긴 하지만, 총리로서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남녀의 선천적인 차이는 '구별'해야지 '차별'하는 뉘앙스를 풍겨선 곤란하다.
노재현 국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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