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불법주차와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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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28일 오후 2시쯤 서울 남산도서관 주변 도로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 50여대가 한꺼번에 적발됐다. 이들 차량은 왕복 4차로 가운데 길 양쪽의 1차로씩을 차지하고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시 교통지도 단속반에 걸렸다.
29일과 30일에는 청계천과 용산 전자상가 주변에서 서울시의 불법 주·정차 단속이 벌어졌다. 상가를 찾은 손님들의 자동차와 물건을 실어나르는 차량들이 불법 주·정차를 일삼는 곳들이다.
서울시가 월드컵을 앞두고 불법 주·정차와의 전쟁에 나섰다. 불법 주·정차에 따른 교통정체를 덜고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질서있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것이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교통지도 단속반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이 바뀌면서 기초자치단체장만 갖고 있던 단속권한이 광역단체장에게도 부여되자 32명의 직원으로 단속 전담팀을 만든 것이다. 이 전담팀은 구청의 단속과는 별도로 시민 신고를 받아 출동하거나 불법 주·정차가 심한 지역에 투입된다. 청계로 등 60여 곳의 불법 주·정차 취약지역은 특별관리 대상이다. 단속 시간도 야간과 아침은 물론 휴일을 가리지 않고, 단속 예고제가 폐지(1998년)된 이후에는 예고 없이 즉시 단속한다.
이에 따라 시 단속반의 단속 건수는 지난해 7월 4백13건에서 올해 1월에는 지난 29일까지 5천4백5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시 단속반 나선일(羅先一)팀장은 "일부 구청들이 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을 의식해 느슨하게 단속하고 있어 시 차원에서 고삐를 바짝 죌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를 위해 대형 화물차의 불법 주·정차 단속용으로 화물차 견인차량 두대를 마련했고, 3월부터는 견인비도 대폭 인상할 계획이다.
시는 또 주로 과태료를 부과해온 불법 주·정차에 대해 앞으로는 견인 위주로 방침을 바꿔 적발된 운전자들의 경제적 불이익을 늘리기로 했다.
이같은 서울시의 단속 강화에 따른 시민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서울시내 자동차 대수는 2백53만여대지만 주차장 면적은 2백9만여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서일(43·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씨는 "주차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무턱대고 단속하기보다 교통 흐름에 지장을 주고 안전을 위협하는 차량 위주로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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