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구직자, 할인점에 줄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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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형 할인점인 롯데마그넷 강성득 사업본부장은 최근 한 지방 시장의 공식 초청을 받아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시장 이하 간부들은 합동 간담회에서 姜본부장에게 "새로 여는 점포에 지역주민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지역 특산물을 마그넷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시켜달라"고 정중히 부탁하기도 했다.

姜본부장은 "얼마 전까지도 공무원들에게 '장사치'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는데, 이렇게 달라진 모습을 보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도 "최근 신규출점이 예정된 지역의 지자체에서 취업 협조요청이 끊이지 않는다"며 "필요하다면 우수인력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보내주겠다며 매달리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할인점이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그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거의 유일한 대규모 취업창구가 된 할인점 관계자들에 대한 지자체의 '방문 협조요청'이 잇따르고 있으며, 구직자들 사이에서도 백화점보다 더 인기있는 직장으로 꼽히고 있다.

◇ 할인점 근무 선호도 높아=롯데쇼핑은 최근 대졸 신입사원 1백29명을 배치하면서 백화점과 마그넷 중 희망 근무지를 물어봤다.

인사 담당자는 당연히 백화점쪽 지원자가 많을 것으로 알고, "어떻게 설득해 할인점으로 보내나"하고 내심 걱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거의 절반 가량이 할인점쪽을 택했기 때문.

할인점 지원자들도 대부분 명문대학 출신으로 백화점 지원자들에 비해 실력이 빠지지 않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할인점 지원자는 극히 적었다"며 "할인점에 배치됐다는 이유로 입사포기자가 속출하던 것이 불과 2~3년 전의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할인점에 대한 '달라진 대접'은 인원배치에서도 드러난다.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대졸 신입직원을 백화점과 할인점에 절반씩 배치했지만, 올해는 할인점에 60%를 배치할 예정이다.

마그넷 신입사원 박재철(30)씨는 "할인점은 30대에 점장으로 발탁되는 등 조직이 상대적으로 젊어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직장"이라고 말했다.

◇ "연내 백화점 추월"=할인점은 올해에만 이마트 15개, 마그넷 14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11개 등 전국에 50여개 점포가 새로 문을 열 계획이다. 반면 백화점은 5곳에 불과하다. 신규 출점수로만 보면 할인점이 백화점의 10배가 넘는다.

매장 면적 1천㎡ 이상의 대형 할인점은 현재 2백15개. 유통업계에 대형 할인점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신규 채용인력 규모도 이마트 4천4백명, 마그넷 4천3백명 등 대규모다.

신세계 유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할인점 업계의 예상 매출규모는 17조1천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조5천억원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전체 업종 가운데 할인점이 26.5%로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며 매출액에서 백화점을 제치고 주력 소매업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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