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씨 부동산 이용호씨에 팔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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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차정일(車正一)특별검사팀은 24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李亨澤.60.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씨가 2000년 말 자신의 부동산을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에게 시가보다 비싸게 판 일이 있다는 주변인물의 진술을 확보, 대가성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당시는 모 은행의 특별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 해외 전환사채(CB)가 발행된 때였다.

특검팀은 또 이형택씨가 보물사업 수익의 15% 지분을 받고 국정원과 해군 등에 다각도로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다음주 중 李씨를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이형택씨가 당시 집안 사정 때문에 급전이 필요해 부동산을 팔려고 하자 이용호씨가 시가보다 좋은 값에 사줬다는 관계자의 진술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형택씨는 이를 계기로 이용호씨를 '고마운 사람'이라고 주변에 소개했다는 것이다.

李씨가 판 부동산이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거래 시점은 이용호씨가 거액의 차익을 남긴 삼애인더스 해외 전환사채를 발행한 때이고 진도 보물 발굴 사업에 참여하기 전이다.

특검팀은 이에 따라 비정상적인 부동산 거래가 해외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한 도움에 대한 대가일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삼애인더스 전환사채 발행을 계기로 두 사람이 가까워졌고 후에 보물사업 '동업 관계'로 발전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삼애인더스는 2000년 10월 모 은행이 전량 인수하는 조건으로 9백만달러(약 1백20억원)어치의 해외 전환사채를 발행, 누군가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특검팀은 이에 따라 이용호씨를 상대로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하고 있으며, 다음주 중 이 은행 관계자와 전환사채 발행 주간사인 모 증권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특검팀은 李씨가 보물 발굴 사업과 관련해 국정원과 해군 등 관계기관에 전방위 로비를 한 과정에서 정치권이나 관계 유력인사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특검은 이와 관련, 24일 김은성(金銀星)전 국정원 2차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2000년 초 엄익준(嚴翼駿) 당시 국정원 2차장이 국정원 목포출장소에 보물 발굴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시켰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또 해군본부측으로부터 李씨가 2000년 1월 해군본부를 방문할 당시 국정원 경제단 金모 과장을 동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상언.김승현.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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