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관련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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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형택씨와 이용호씨의 부동산 매매를 통한 돈 거래 사실이 24일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상당히 긴밀함을 유지했을 것이라는 정황이 굳어지고 있다.

이용호씨가 자신의 계열사인 삼애인더스의 해외 전환사채(CB) 발행, 주가 띄우기 등으로 급속히 사업확장을 꾀하는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 전무라는 막강한 신분의 이형택씨가 금융권의 지원을 끌어들여줬으리라는 게 우선 제기되는 의문이다.

그러나 해당 금융기관들은 이형택씨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부정하고 있다. 李씨의 압력이나 청탁을 입증할 만한 뚜렷한 물증도 나오지 않고 있다. 특별검사팀이 진위를 가리기 전에는 실체 규명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 대출 압력을 넣었나=李씨는 2000년 5월께 산업.한빛은행에 압력을 넣어 같은 해 6월 7일 보물 발굴 공사를 한 S건설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S건설이 대출받은 지 두 달도 안돼 부도를 낼 정도로 부실했는 데도 한빛은행이 보증을 서고 산업은행이 대출을 한 것은 금융기관의 일반적 행태와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지난해 연 10.7%의 이자까지 얹어 2백43억여원을 전액 회수했고, 한빛은행은 원래 보증한 2백50억원에서 30억원 줄어든 2백20억원을 다시 보증섰을 뿐이어서 결과적으로 손실 규모를 줄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외환위기로 거의 모든 은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이어서 산은밖에는 마땅히 대출해줄 은행이 없었다"고 말했다.

◇ 삼애인더스 해외 전환사채(CB) 발행을 도왔나=보물 발굴 사업을 주도한 삼애인더스는 2000년 10월 산업은행이 전량(9백만달러어치)을 사들이는 조건에 해외 CB를 발행했다. 이용호씨측은 이 해외 CB를 다시 사들인 뒤 보물섬을 재료로 주가가 크게 오른 틈을 이용해 거액을 챙겼다.

산업은행은 매입 규모 등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李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상배 산은 부총재는 "성과급을 받는 직원들이 단기간에 19%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불법은 아니며, 그런 직원들에게 압력.청탁이 통할 리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산업은행이 2000년 8월 인터피온 CB를 액면가의 32.8%에 불과한 65만6천6백달러에 인터피온측에 매각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특혜설을 제기했는데, 산업은행은 부실 기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늘 있는 채무조정 과정일 뿐이라고 주장했었다.

◇ 조흥캐피탈 인수를 밀어 주었을까=조흥은행은 자회사인 조흥캐피탈을 이용호씨측에 팔았다. 이 과정에서 李씨가 조흥은행에 좋은 조건에 팔라고 압력을 넣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있다. 조흥은행의 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여서 李씨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흥은행은 그러나 경쟁 입찰을 통해 투명하게 가장 비싼 값을 주겠다고 한 이용호씨측에 판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호씨측은 신안그룹측의 2백68억원, CWH의 2백63억원보다 많은 3백1억원을 인수가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허귀식.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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