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홍석천… 시트콤 '웬만해선…' 인기 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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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출연이 확정된 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나오니 긴장되고 조심스럽기도하고…. 한달이 지난 지금은 어떻냐고요? 고향에 온듯 좋습니다 ! "

홍석천(사진)이 돌아왔다.'커밍 아웃'(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으로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뒤 1년6개월 만이다. 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월~금 밤 9시15분)에 출연한 지 한달째, 그의 얼굴에서 어느새 자신감이 묻어났다.

"시트콤에 애정이 많이 가요.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제 나름대로 재밌는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그는 트레이드 마크였던 간지러운 말투와 여성적인 태도를 말끔히 씻어버리고 가난한 고시 준비생으로 변신했다.

법관이 목표지만 정작 시험 날짜와 시험 과목조차 모르고 빈혈증 때문에 공부와 담을 쌓은, 지극히 엉뚱한 인물이다.

그는 여기에다 스스로 설정한 짠돌이 이미지를 내세워 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목욕하는 사람의 등을 억지로 밀어준 뒤 5백원을 요구하고 남의 집 빈병을 모두 가져가 돈으로 바꾸는 악착같은 모습에선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 특유의 연기력 덕분일까. 처음 출연할 때는 "가족극에 그런 사람을 내보내느냐""방송국 망하고 싶냐"며 쏟아지던 각종 협박도 이제는 사그라들었다.

그는 얼마 전 뮤지컬 무대에도 다시 섰다.개그맨 표인봉씨가 기획한 '가스펠'에서 베드로 역을 맡아 춤과 노래를 맘껏 선보였다. "한달 새 몸무게가 5㎏이나 빠질 정도로 바빴지만 힘들진 않습니다.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우울했던 옛날보다 밥 먹을 시간도 없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니까요."

뮤지컬 연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안엔 제작에도 참여할 작정이다.

그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 '풀몬티'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현지 극단과 협상 중이다.'웬만해선…' 출연이 끝나는 다음달 말엔 호주에서 열리는 '게이 페스티벌'에 다녀올 예정이다.

"높은 산을 하나 넘고 나니 또다른 산이 있습니다. 그러나 넘어지긴 할지언정 중도에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스스로 커밍 아웃을 선언했고 그 무거운 짐을 당당하게 짊어지고 가는 남자 홍석천. 연기자로서, 뮤지컬 기획자로서 그의 새로운 도전이 아름답게 여겨진다.

글=박지영,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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