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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하는 게 좋은 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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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결혼해 부부가 되면 공유하게 된 성의 쾌락에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생겨 더욱 분발하려고 한다. 그래서 하룻밤 섹스 횟수를 무리해 증가시키는가 하면, 포즈도 책에서 본 대로 다양하게 시용해 본다.

곽대희의 性칼럼

마음속으로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은 뭔가 우리하고 다른 색다른 방법으로 섹스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의 생활상은 크게 다른 점이 없고 대부분 똑같은 방법으로 살아간다.

즉 그들 역시 남상여하(男上女下)의 대면위(對面位)를 이용하는 경우가 75%를 차지한다. 단지 남자가 지나치게 비만하거나 신병이 있어 성교운동을 담당하지 못하는 때에 한해 여성이 위쪽을 차지하는 예가 있을 뿐이다. 공연히 성교의 체위에 있어서 사대주의는 금물이다.

폼페이 유적에 남아있는 벽화를 보면 남성상위는 그다지 없다. 거의 모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여성상위이고, 여자가 아래쪽에 반듯이 누워 있을 때 남자는 무릎을 꿇은 포즈로 앉아서 상체를 세우고 있다. 남자가 누운 여자 위에서 몸을 밀착시키는 포즈는 그다지 이용자가 없었던지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우리가 기이하다고 생각하는 폼페이의 체위에는 분명 그 나름대로 그런 포즈가 권장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유럽 문명 속에서 언제, 왜 여성상위에서 남성상위로 위치전환이 이뤄졌는가 하는 것도 흥미로운 과제 중 하나다. 그러면 섹스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어떠한지 그들의 성 실태를 알아보기로 하자.

매스터즈 박사에 의하면 질 속에 페니스를 삽입하고 1분 이내에 사정하는 것을 조루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그것도 정답이 아니다. 여성 쪽이 아직 오르가슴에 다다르지 않았다면 30분 이상 성교운동을 지속했더라도 그 성교는 성공적이라 말할 수 없다. 여성에 따라 극치기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에 타이밍을 맞추자면 남자의 역할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런 차이를 좁혀주기 위해 남자들에게 필수적으로 권장되는 섹스 기교의 하나는 여성을 성적 흥분상태로 이끌기 위한 전희다. 이를테면 정상적 결합 이전에 예열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10~15분 정도 전희에 전념하고 또 20분 이상 성교를 지속하는 한국인 남성은 세계적 수준으로 손색이 없는 사람들이다.

닥터로서 주고 싶은 충고의 말은, 섹스에 있어서 과거의 실패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남성이 심리적으로 뻔뻔해지라는 것이다. 비록 조루라고 하더라도 그 사실에 너무 연연하면 반드시 조루가 또 일어난다. 인간 심리가 가진 약점이 출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패한 섹스를 쓸데없이 머릿속에 담아두면 그것이 불안요인으로 작용, 핏속에 아드레날린이 많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정반응이 곧 그 뒤를 따라서 일어난다. 선진국 남녀의 성생활 태도를 보면 우리보다 여러모로 후안무치(厚顔無恥)에 가깝다. 일본의 한 화가가 덴마크 부부의 침실을 들여다본 견문록에 따르면 그 방의 창문 가까운 쪽에 아기용 작은 침대를 놓고, 그 반대쪽에 더블베드를 놓았다고 한다.

여기서 매주 2회씩 15~20분 동안 격렬한 섹스를 한다면 작은 침대에서 자는 아기도 틀림없이 그 광경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더블베드가 있는 것만으로도 거기서 무슨 일이 행해지는지 초등학교 4년생인 소년에게도 짐작이 가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불편한 광경에 대해 그들은 그것이 하나의 산교육이라고 믿고 있다. 그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저희 부부가 더블베드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야말로 아이로서는 제 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단서가 아니겠습니까. 만일 그 시간에 그 아이가 눈을 뜬다고 해도 저희들은 아무것도 숨기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들은 그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실행하고 있을 뿐이거든요.”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9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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