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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람] "아버지 역도산은 남자의 길을 제시한 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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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 역도산의 차남 모모타 미쓰오(右)가 아들 모모타 지카라와 함께 영화 ‘역도산’ 포스터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안녕하세요. 역도산의 아들 모모타입니다."

전설적 프로레슬러 역도산(1924~63)의 아들 모모타 미쓰오(百田光雄.56)는 6일 서울 용산 CGV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툰 한국말로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아버지의 일생을 그린 영화 '역도산'(감독 송해성.주연 설경구)의 개봉(15일)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아버님은 매사에 엄격하셨습니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셨죠. 항상 위를 향하도록 가르치셨습니다."

역도산의 2남2녀 중 차남인 그도 프로레슬러다. 고교 졸업 후 레슬링에 뛰어든 그는 16년 전 세계주니어 헤비급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아직도 일본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으며, ㈜프로레슬링 노아의 부사장도 맡고 있다. 4년 전 타계한 그의 형도 프로레슬러로 활동했다.

"아버님보다 나은 건 선수 생활을 오래했다는 것 뿐입니다. 아버님은 저(172cm, 90kg)보다 키가 10㎝ 더 크셨고, 몸무게도 20kg 더 나가셨죠. 모든 면에서 아버지를 이길 수 없었어요."

그는 아버지 역도산을 '최고의 남자'로 기억했다.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은 역도산을 잘 모른다"고 하자 "아버지는 남자의 인생, 남자의 길을 제시해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아버님은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기억력이 비상했어요. 독학으로 일본어.영어를 익혀 완벽하게 구사하셨어요. 누구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청년이 지녀야 할 덕목은 이런 게 아닐까요."

공대를 졸업한 그의 아들 모모타 지카라(百田力.23)도 현재 프로레슬러가 되기 위해 훈련하고 있다. 보기 드문 '레슬링 3대'가 탄생하는 셈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주로 활동했던 아버님은 한국인이다, 일본인이다 하는 국적 개념에 얽매이지 않으셨어요. 이 영화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하늘에 계신 아버님도 매우 기뻐하실 것 같아요."

그의 손목에는 59년 역도산이 획득한 세계 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본따 만든 큼지막한 시계가 걸려 있었다.

글.사진=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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