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린벨트 이렇게 허물어도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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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수도권 지역 3천7백여만평의 그린벨트를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풀겠다고 발표, 난개발에 따른 환경훼손 우려와 해제가 안된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 그린벨트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재론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해제에 대해 이미 지난해 예고한 일이라며 '효율적 이용'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그 해제의 범위와 속도를 보면 그린벨트의 무장해제라는 우려를 주기에 충분하다. 합리적 기준에 의해 해제규모가 정해졌고 해제 뒤 활용방안도 충분한 검토를 거쳤는지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로 수도권 택지난 완화와 집값 안정 효과는 어느 정도 기대된다. 조정가능 구역으로 해제될 면적만 분당.일산 등 기존 5개 신도시를 합친 면적보다 넓어 30만호 이상의 주택건설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난개발 우려는 커서 시민단체에선 양호한 1,2등급지까지 해제해 수도권 환경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주택이 늘어나면 인구.교통 등 과밀화 문제가 등장하고 수도권 억제정책의 갈등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여기에 정부나 지자체가 끼어들어 버스터미널과 유통센터 건설 등 각종 지역 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하려들 것이라는 우려가 겹친다는 데 있다. 정부는 공공시설을 지으려니 혐오시설은 주민이 반대해 입지를 얻기 어렵다고 주장하나 이는 정말 안이한 발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껏 그린벨트를 파괴해온 주범은 주민보다 정부 자신이었다. 현 정권의 선거공약인 그린벨트 해제를 선거의 해에 서두르는 것도 정책추진엔 분명한 훼손의 요소다.

그린벨트가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존치돼온 것은 순기능이 폐해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선(先)계획 후(後)개발'의 원칙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하나 한번 풀린 고삐를 다시 조이기란 쉽지 않다. 철저한 공영개발을 통해 난개발을 막고 교통시설.투기억제 등 후속조치를 치밀히 마련해야 한다.

그린벨트 설치의 기본정신이 개발보다 보전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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